11일 오후 3시 청계산 이수봉 정상 부근 헬기장.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오른손을 들고 "조이!"를 외치자 마케팅 팀장 수십명이"투게더"라고 받아치며 연거푸 '하이파이브'를 했다.'조이 투게더'는 김 행장이 자신의 영문 이니셜을 따서 "즐겁게 일하자"고 만든 캐치 프레이즈.
송파지역본부가 "다른 이야기 안하겠습니다. 올해 송파가 일냅니다!"라고 외쳤다. 다른 지역본부도 뒤질세라 "오빠 사랑해요" "한다면 한다"고 소리쳤다. 상기된 김 행장은 직접 마이크를 들고 "자,올해 (영업실적을) 세 배 할 수 있제?"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2008년 하나은행 마케팅 팀장 등반대회는 김 행장이 추구하는 '펀(Fun·즐거움) 경영'의 현장이었다.
마케팅 팀장은 전국 630여개 지점에서 가계영업의 중추를 맡은 책임자다. 1990년대 중반 김 행장이 리테일담당 상무를 할 때 만들었다. 당시 이들은 자신을 'GT'라고 불렀다고 한다. '개털'의 약자다. 당시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전담역(RM) 등이 우대받자 자조적으로 부른 말이다. 김 행장은 "'기를 살리기 위해 GT를 거꾸로 한 탑건(TG)을 가계영업담당자를 부르는 공식 이름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은행 내 최고'란 뜻이었다. 탑건은 1990년대 말 마케팅 팀장으로 바뀌었다. 이들이 김 행장 취임 직후 다시 영업 전면으로 나선 것이다.
김 행장은 "성장도 영업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모든 직원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즐거운 일터를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취임 즉시 거의 매달 실시되던 각종 프로모션을 없앴다. 김 행장은 "프로와 포로의 차이는 글자론 점 하나지만 차이가 크다"며 "자꾸 시키기만하면 노예가 되지만 도와주면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경창 수서역지점 마케팅팀장은 "새 행장이 온 지 며칠 만에 분위기가 '한번 해보자'는 쪽으로 확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후범 화정지점 마케팅팀장도 "프로모션이 사라지면서 알아서 뛰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맞장구쳤다.
취임식과 함께 전국 지점에 피자 2250판을 돌리며 '펀 경영'에 시동을 건 그는 요새 매일 새벽 서울지역본부를 돌며 지점장들과 만난다. 5월부턴 지방 방문에 나선다. 요구르트를 사들고 본점 내 부서를 불시에 방문하기도 한다. 현장 목소리를 펀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그는 2006년 하나대투 사장 취임 직후 전국 점포를 일주일 만에 다 돌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