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산업은행 민영화에 대해 '대형화'와 '신속성'이라는 두 가지 화두를 제시함에 따라 정부가 과연 어떤 최종안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대로라면 정부는 산은 민영화를 당초 2012년까지에서 1년 앞당김과 동시에 산은 민영화를 계기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대형 은행을 탄생시켜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산은 지주회사를 통한 민영화안과 메가뱅크안을 놓고 각각의 장점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절충안 모색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대통령 의중은 메가뱅크?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더 거대한 은행을 만들어야 할 것인가,아닌가 하는 문제는 의견 충돌이 있는 게 아니다"며 "세계 각국의 (은행 간) 경쟁에서 우리 규모가 작다고 해서 금융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산업의 대형화를 언급하면서 메가뱅크안에 무게를 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1년 앞당기겠다며 신속한 민영화를 강조했다.

이는 대통령이 대형 투자은행 육성과 산업은행 민영화를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금융위의 산은 지주회사안과 재정부의 메가뱅크안 중 어느 하나가 옳다고 손을 들어준 게 아니라 서로 협의를 거쳐 최적의 방안을 내놓으라는 뜻이다.

◆절충안 찾는 금융위ㆍ재정부

이날 대통령 발언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산은 민영화는 (당연히) 하는 것이고,메가뱅크안이든 무슨 안이든 각각의 장점을 살려서 민영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종안 검토 과정에서 어떻게든 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산은 민영화안을 기본으로 하고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메가뱅크안의 장점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속한 민영화에 대해 "우리은행 매각이 지연된 것은 덩치가 커서가 아니라 매력이 없어서"라며 "메가뱅크를 만들게 되면 탐내는 주체가 많아져 민영화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을 종합해 볼 때,금융위와 재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절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나

하지만 정부의 절충안이 신속한 민영화와 금융산업 대형화라는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심의 눈길이 많다.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우리금융-기업은행을 동시에 묶을 경우 정부가 이들 은행에 대한 민영화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대형화한 후 매각이 지연되면 정부소유 민간경영 형태를 띨 가능성이 큰데 자칫하면 공룡을 만들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산업은행을 우선 매각하고 인수ㆍ합병(M&A)을 유도해 대형화를 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우리금융 매각 지연 과정을 볼 때 반드시 조기 매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금융위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께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