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미국이 문제였다.

본격 상승추세 복귀가 아니냐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최근 상대적인 강세를 보인 우리 증시였지만, 지난 주말 미국증시가 급락하자 14일 지수는 여지없이 조정에 들어갔다.

4주연속 양봉을 그리며 올라오다 보니 숨고르기 할 때가 되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여러 곳에서 나오긴 했다.

이런 상황이니 지수가 울고 싶은, 아니, 울어야 할 시점에 적당한 악재가 나와준 셈이라고 해야 할까.

미국증시와 우리 증시를 주저앉힌 악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세계최대 기업인 GE의 부진한 실적, 그리고 각종 경제지표 부진이다.

GE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6% 감소한 43억달러(주당 43센트)를 기록했다. 1회성 항목을 제외한 주당순이익은 44센트로, 월가의 전망치 51센트에 한참 미달했다.

올해와 2분기 주당순이익 전망치도 각각 2.20~2.30달러, 53센트~55센트로 낮췄는데, 이 또한 월가 예상치인 2.43달러, 58센트에는 이르지 못한 수치다.

GE의 부진이 시장에 큰 충격으로 다가온 이유는 무엇일까. GE의 사업분야가 제조, 금융 등에 걸쳐 광범위하다 보니, GE의 실적은 신용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영향에 대한 상징적인 결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수요가 강했으나 미국 경기둔화와 신용위기로 금융서비스 부문이 부진했다”는 GE 최고경영자(CEO)인 제프리 이멜트의 실적 악화 요인 설명은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우리 증시의 회복에는 신용위기의 완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 같은 GE의 실적부진에 따라 기대가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참이다.

경제지표의 경우도, 예상대로 안 좋았다. 4월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 69.5에서 크게 하락한 63.2를 기록하며 2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내 일자리감소와 식품, 에너지 가격상승, 경기침체 등의 영향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수입물가도 전월대비 2.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수입가격이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9.1%나 폭등했다고 한다.

물가는 오르고, 소비심리는 위축되니 우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덕분에 투심이 잔뜩 위축된 채 시작된 이번 주는 아무래도 변동성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부국증권에서는 이날 인플레이션 완화, 신용위기 극복, 韓美 경제지표 및 실적 개선, 반도체 공급과잉해소 등의 여부는 물론, 오는 17일과 18일에 있을 메릴린치와 씨티그룹의 실적발표, 30일 GDP발표도 확인해야 한다며 서두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아직도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이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상승)인지, 추세적 상승으로의 전환기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단기 변동성도 짙어진 상황이다. 굳이 리스크를 짊어질 이유는 없다는 의견이 그래서 힘을 얻는 듯하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