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은 대공황기와 2차대전 등 우울한 시기를 관통하며 좌절 속에 희망을 찾는 한 청년의 인생역정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 속엔 주인공 조지 베일리가 은행의 창구에 뛰어올라 패닉에 빠져 돈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을 향해 "당신들은 틀렸어"라고 절규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늘날 이 같은 장면이 재연되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 문제는 인류의 '재앙'이라며 비관적인 평가를 내린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환경 문제를 푸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악재'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베일리의 외침처럼 '틀린 생각'이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사상 최대의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 존 도어의 말처럼 '에너지는 세상에서 가장 큰 비즈니스'다.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는 자는 지구를 환경 위기에서 구하는 영웅이 되는 동시에 막대한 부를 거머쥐게 될 것이다.

환경문제와 관련된 소위 '그린 기술'은 미국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지난해 기준으로 그린 기술 업계는 인터넷 분야보다 4배나 많은 투자를 유치했다.

구글과 같은 회사는 이미 청정 에너지를 개발하는 신생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움직임은 환경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지사와 시장들이 앞장서 과감한 환경 정책들을 마련하고 나섰다.

공화당 및 민주당 대권 후보들 역시 이런 그린 정책들에 적극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빠른 기업인들은 새로운 '대박'의 기회를 엿보고 환경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예컨대 실리콘밸리의 이노밸라이트는 종이에 잉크를 입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붕에 특수 필름을 입히는 방법으로 태양광 에너지를 쉽고 저렴하게 집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 버클리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포스닥)을 밟고 있는 학생들이 세운 아미리스란 회사는 설탕을 순수 탄화수소 연료로 바꿀 수 있는 신기술의 장을 열었다.

이 연료는 에탄올과는 달리 석유 파이프라인을 통해 옮겨져 기존 자동차에 그대로 연료로 사용될 수 있다.

이처럼 환경문제를 풀어줄 혁명적 기술들은 연구실 안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강한 경제적 유인이 없다면 이 기술들은 지구 온난화 문제를 혁파할 정도로 빠른 시간 내 대규모로 상업화되진 않을 것이다.

다행히 미국 의회가 전체 탄소배출량을 제한하는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고 나섬에 따라 그린 기술의 상업화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미국 의회는 기후변화를 조장하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규제하고 향후 총량 한도를 더욱 낮춰나갈 방침이다.

물론 의회는 특정 그린 기술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진 않을 것이다.

시장이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그린 기술을 선택할 뿐이다.

시장의 선택을 받는 기업은 미래 부의 주인이 될 것이다.

정리=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이 글은 환경보호펀드의 프레드 크럽 대표가 '기후 변화의 기회'(Climate Change Opportunity)란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