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마스터스] 누구지? 호랑이 울린 이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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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남아공에 30년만의 그린재킷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게리 플레이어(72)가 이 대회 최다(51회) 연속 출전으로 대회 초반 화제가 된 데 이어 이름도 생소한 트레버 이멜만(28·이상 남아공)은 합계 8언더파 280타(68·68·69·75)로 2008년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끝난 대회에서 '그랜드슬램'의 첫 단추를 끼우려던 타이거 우즈(미국)는 합계 5언더파 283타로 2위를 차지했고,최경주(38·나이키골프)는 합계 10오버파로 커트를 통과한 45명 가운데 하위권인 41위에 머물렀다.
대선배의 '맞춤 응원'이 우승 원동력
이멜만이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첫승을 올리기까지 고국의 대선배 플레이어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다.
5세 때 골프를 시작한 이멜만은 1998년 US아마추어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그 이듬해 프로로 전향했다.
2001년 유러피언투어 멤버가 된 이멜만은 그 이후 세 차례 우승을 차지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멜만이 골프 인생에서 전기를 맞게 된 계기는 2005년 프레지던츠컵. 남자프로골프 미국-인터내셔널팀간 단체전인 이 대회에서 이멜만은 단장이 추천하는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기회를 잡았다.
당시 단장이었던 플레이어는 상위랭커를 출전시키는 전례를 깨고 한참 후순위였던 이멜만을 선택한 것.이멜만은 프레지던츠컵에 참가한 덕분에 미PGA투어에서 뛸 수 있는 보너스를 받게 됐고,2006년엔 시알리스 웨스턴오픈에서 미PGA투어 첫승까지 거뒀다.
플레이어는 특히 이번 대회에서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3라운드 후에는 이멜만에게 '우승할 수 있다'는 메일을 보내 우즈의 추격에 주눅들지 않도록 격려했다.
4개월 전 횡경막에 생긴 종양제거 수술을 받은 이멜만은 이 같은 대선배의 응원에 힘입어 우즈를 3타차로 따돌리고 1978년 플레이어가 우승한 이후 꼭 30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멘토'의 은혜에 보답했다.
플레이어는 이멜만에 대해 "예전의 벤 호건을 보는 것 같다"고 칭찬한다.
호건(1912∼97·미국)은 '근대 골프의 거장''가장 완벽한 스윙기술의 소유자'로 평가되는 선수.플레이어는 이멜만이 스트로크 후 곧장 머리를 드는 습관을 간파하고 "퍼트할 때 머리를 붙잡아두라"며 구체적인 조언까지 해주었다.
우즈는 3라운드 후 이멜만에게 6타나 뒤졌음에도 "최종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우승 집념을 드러냈다.
그러나 최종일 이멜만이 3오버파를 쳤는 데도 우즈는 스코어를 줄이지 못하며 3타차 2위에 그치고 말았다.
어느 해보다 그의 '그랜드슬램'(한 해 4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그 꿈을 내년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대회 초반부터 살아나지 못했던 우즈의 퍼트감각은 4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9번홀까지 버디 1개와 보기 1개로 제자리 걸음을 걷던 우즈는 '아멘 코너' 초입인 11번홀(파4)에서 20m가 넘는 먼 버디 퍼트가 들어가는 행운을 맛봤지만 정작 꼭 넣어야 할 거리의 퍼트는 홀을 외면했다.
우즈의 추격은 '버디홀'인 13번홀(파5·길이 510야드)에서 파에 그치며 사실상 막을 내렸다.
우즈는 "퍼트가 나흘 내내 안 됐다.
좋은 날도 있고 안 좋은 날도 있는데,이번 대회는 내게 안 좋은 경우였다"고 씁쓰레한 표정을 지었다.
우즈는 오는 6월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즈GC에서 열리는 US오픈에서 이멜만과 다시 한번 맞닥뜨린다.
그곳은 우즈가 통산 여섯 차례나 우승한 코스이자 이멜만이 1998년 US아마추어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코스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멜만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이 지난주 29위에서 15위로 껑충 뛰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