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중국) 두바이(아랍에미리트) 뭄바이(인도)가 아니면 굿바이."

최근 월가 투자은행(IB)에 회자되는 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뱅커들이 아시아로 발령받지 못하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된다는 얘기다.

결코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이 간판 스타들을 아시아에 전진 배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런던지사의 인수ㆍ합병(M&A) 전문가인 스콧 매트록을 홍콩 지점의 아시아 M&A 담당으로 내보냈다.

또 글로벌 자산운용담당이었던 오웬 토머스를 아시아 지사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JP모건 역시 뉴욕에서 22년 경력을 닦은 베테랑 뱅커인 윈드롭 왓슨을 홍콩 지사로 보내 아ㆍ태지역 우량채권시장을 총괄토록 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구조화 파생상품 수석을 맡던 오사마 아바시의 활동 영역을 홍콩에서 아시아로 확대했다.

씨티그룹도 런던 지사에서 일하던 글로벌 소매투자은행그룹의 테드 쿠 공동대표를 홍콩으로 발령내 아시아 소비자 및 헬스케어 그룹 대표를 겸직토록 했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아예 글로벌 외환그룹의 이반 리토사 대표의 근무처를 런던에서 싱가포르로 옮겼다.

골드만삭스도 조만간 본사의 헤비급 인력들을 홍콩과 싱가포르에 배치시킬 계획이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한때 아시아 지역 발령은 좌천으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며 "하지만 요즘은 아시아 발령이 영전이며 뉴욕에서의 재직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고 들려줬다.

실제로 아시아 근무 경력을 가진 뱅커들의 영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아ㆍ태지역 대표였던 폴 카렐로는 지난해 이 은행 IB부문 총괄대표로 발탁됐다.

골드만삭스 아시아 회장을 지낸 마이클 에반은 최근 본사 부회장직을 맡았다.

이 같은 IB들의 행보는 신용경색의 늪에서 허덕이는 선진국에서 벗어나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승부를 걸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금융정보업체인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글로벌 IB의 전체 매출에서 아시아 지역(일본 제외)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의 5%에서 지난해 15%로 커졌다.

아시아 지역 M&A 규모도 전 세계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올 들어 서브프라임 사태 여파로 전 세계 M&A가 27% 급감한 데 비해 아시아 지역은 1% 줄어드는 데 그친 점도 아시아 시장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투자은행들은 M&A 중개로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아시아로 인재를 이동시키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 시장의 판도가 바뀌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