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교원원장 이성택 "물질이 판치는 세상…정신개벽 절실해요"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종교인들의 책임이 너무나 무겁다는 걸 느낍니다.

어린이 성추행과 유괴 등이 잇따라 아이를 마음놓고 학교에도 못 보내는 상황이니까요.

우리 교단 최고지도자인 경산 종법사가 내린 올해 법어가 '정신개벽으로 낙원세상 이룩하자'인데 정말 정신개벽이 필요합니다."

원불교의 행정 책임자인 이성택 교정원장(65)이 14일 서울 원서동 은덕문화원에서 법석(法席)을 폈다.

원기 93년 대각개교절(28일)을 앞두고 기자들을 초청한 자리다.

대각개교절은 원불교를 창교한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년)가 오랜 수행 끝에 깨달은 날.창교자의 탄생일을 명절로 기념하는 전통 종교와 달리 원불교는 이날을 전 교인의 공동 생일이자 최대 명절로 삼고 있다.

원불교는 28일 익산 중앙총부에서 대각개교절 기념식을 갖는 것을 비롯해 4월1일부터 5월5일까지를 봉축기간으로 정해 법잔치,은혜잔치,놀이잔치 등 다양한 경축행사를 연다.

이날 오전 중앙총부가 있는 익산에서 열차편으로 상경한 이 원장은 "물질을 선용하고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문명을 따라잡을 수 있는 정신세계를 어떻게 열어갈지 고민해야 한다"며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종교인들의 본연의 역할과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야 사회가 맑아집니다.

생수가 한 곳에서만 솟아나도 우물이나 저수지가 맑아지듯 원불교가 생수 구멍이 돼 혼탁한 정신문명을 맑게 하겠다는 뜻으로 대각개교절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 원장은 "정신개벽에서 말하는 '개벽'은 세상의 판,질서가 바뀌는 것"이라며 어둠의 세상에서 밝과 투명한 세상으로,고요함(靜)의 시대에서 움직임(動)의 시대로,수직구조의 사회에서 수평구조의 사회로,권리가 하늘에 있다는 천권(天權)사회에서 인권(人權)사회로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이 같은 변화에 걸맞은 정신의 개벽이 필요하다는 것.외적 조건과 환경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의 정신을 온전히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이 원장은 생활 속의 마음공부법을 묻자 '처처불상(處處佛像) 사사불공(事事佛供)'을 제시했다.

산하대지가 다 부처님이요 일마다 불공하는 심정으로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물질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정신수양,사리연구,작업취사의 세 가지(三學)를 배워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신을 잘 수양하고 사물의 이치를 따져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