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메(집단 괴롭힘)가 극성을 부리던 1998년,아사히신문은 1년 동안에 걸쳐 교육현장의 실태를 고발하는 기획기사를 연재했다.

학생들에 의해 저질러진 초등학생 사살사건,고속버스 탈취사건,거액 공갈사건 등이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임을 고발했다.

이를 계기로 청소년범죄는 교사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학교폭력은 우리에게도 어제 오늘의 현안이 아니다.

특히 4~5월이 되면 학교폭력이 절정에 달한다.

신학기의 서열싸움과 동기생끼리의 기선잡기가 물리적인 힘으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폭력이 점차 흉포화되고 대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납치하고,감금하고,성추행하는 일들이 어른들의 범죄를 뺨칠 지경이다.

교내 여기저기 붙어 있는 포스터들을 보고 있노라면 폭력의 현주소를 짐작케 한다.

'따뜻한 마음,없어지는 폭력''웃음꽃 피는,폭력없는 학교''폭력,마음의 상처' 등은 희망을 노래하는 새봄의 분위기와는 영 딴판이다.

이제 학교폭력은 주먹과 흉기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나 인터넷을 이용한 악의적인 비방으로 상대방을 괴롭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마침내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관련 법규를 고쳐 오는 9월부터는 이들 행위도 폭력으로 처벌토록 했다.

그런데 학교폭력이 처벌로 근절될 것인가 하는 점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다.

흥행을 노린 영화나 만화가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을 미화하는가 하면,학교주변은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유흥업소들로 가득하다.

입시위주의 교육에 인성교육은 발붙일 틈이 없다.

폭력사건이 일어나도 학교명예가 실추된다 해서 쉬쉬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창조적인 표현과 지식에 대한 기쁨을 깨우쳐 주는 곳이 학교"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은 '학교폭력'이라는 그물에 갇혀버린 듯하다.

학교폭력을 다각도로 해부하면서 사회적인 공감대를 이끌어 낸 아사히신문의 역할이 유난히 돋보이는 계절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