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수익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올초 고금리 자금 유치로 순이자마진(NIM)이 떨어진 데다 경기 침체에 따라 중소기업ㆍ소호 대출 연체율이 높아진 탓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펀드 판매 등 각종 수수료 수입도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내수 위축으로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 하반기 은행 수익성은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1분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상당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의 순이익 추정치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7개 금융사의 1분기 실적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8%나 급감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회계에 반영됐던 LG카드 매각이익을 제외할 경우 순이익은 3.1%가량 줄게 된다.

우선 은행별로 핵심 수익성지표인 NIM이 5~20bp(1bp는 0.01%)까지 하락한 것으로 관측된다. 1월 초 연 7%에 육박하는 고금리로 특판예금을 유치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돈을 더 높은 금리로 대출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1월10일 이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급락으로 대출금리로 전가하기가 어려웠다. 은행 관계자는 "1분기 금리가 은행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내리면 CD 금리도 그만큼 떨어지게 돼 2분기에도 NIM이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기ㆍ소호 대출 연체율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0.99%에서 3월 말 1.3~1.4%로 높아졌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이 중기대출 연체율 증가가 우려돼 충당금 적립을 확대토록 지시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실정이다.

1분기 펀드 판매 수수료도 작년 4분기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 1분기 950억원가량으로 지난해 4분기(1620억원)의 58% 선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신한은행 등은 미국 금융위기로 인한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투자 손실도 각각 1000억원,300억원가량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유재성 삼성증권 센터장은 "은행권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더 부진하게 나와 시장에 실망감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공격적 영업으로 회복하려하고 있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일부 시중은행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아파트 집단담보대출 등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은행들은 6조9000억원을 대출해줬다. 2월 4조1000억원에 비해 2조원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은행채나 CD 발행을 늘리고 있다. 은행채는 지난주 5조6000억원어치가 발행됐다. 올 들어 주간 단위로 1월 둘째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이 여파로 은행채 3년물의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는 전주 대비 3bp 오른 74bp까지 확대됐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용어풀이]

◆순이자마진(NIM)=은행이 자산을 운용해 얻은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제한 뒤 다시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수익에는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에서 발생한 수익(예대마진)뿐 아니라 채권 등 유가증권에서 발생한 이자도 포함된다.

단발성 이익은 제외해 은행의 실제 수익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