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17대 국회 회기 내 처리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통합민주당에서 "아직도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최재성 원내대변인)고 밝히는 등 야당에서 논의 자체를 18대 국회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특위 구성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2006년 6월30일부터 2년 가까이 논의를 하고도 아직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걸까.

한·미 FTA특위에서는 소속 의원 20명이 지난해 말까지 1년 반 가까이 관련 현안에 매달렸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특위에 임하는 의원들의 무책임한 자세가 문제였다.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라 한시가 바쁜 상황에서도 국회에 불려온 외교통상부 실무진들은 개인적 사정으로 자리를 비운 의원들이 답변을 못 들었다고 할 때마다 같은 얘기를 수차례 반복해야 했다.

중간에 새로 특위에 배속된 의원과 오랜 만에 참석하는 의원이 있을 때는 그간의 논의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했다.

한 특위 소속 의원이 "회의에 꾸준히 나왔으면 알았을 내용을 가지고 다시 설명을 요구하는 의원들을 보면 답답하다"며 "이런 상태로 통상협상권을 행정부에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들을 보면 기가 막힌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특위에 제출되는 기밀문건이 개인적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한·미 FTA 6차 협상을 앞두고 있던 지난 1월 특위에 보고된 '비공개 협상전략 보고서'를 최재천 민주당 의원의 비서관이 빼돌려 한·미 FTA에 반대하는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에 공개하면서 정부 협상을 발목잡은 것이다.

특위는 결국 지난해 연말 대선이 가까워져 오면서 참석 의원이 3~4명까지 줄어드는 파행 끝에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으며 올해 초 안건이 해당 상임위인 통외통위로 넘어왔지만 4개월 넘게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17대 국회 회기는 5월29일로 종료된다.

18대 국회에서 다시 소모적인 논쟁을 반복하느니 마지막 5월 국회에서 비준동의안 문제를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노경목 정치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