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레이더] 노원·도봉구 주택경매 입찰자들로 북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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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들어갑시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아직도 많아요."
14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서울북부지방법원 경매111호 법정.오전 11시20분쯤 개찰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 법정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보다 못한 집행관이 사람들이 더 들어올 수 있도록 입찰자들을 앞으로 나오게 했다.
5m쯤 떨어져 있던 집행관과 입찰자 사이의 거리가 1m까지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이 출입문 밖에 서성거려야 했다.
현장 취재에 동행한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 박갑현 매니저는 이런 모습을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정부가 지난 11일 강북 집값 안정대책을 발표한 뒤 노원구 등의 부동산중개업소를 중심으로 투기성 가수요가 수그러든 것과는 딴판이었다.
강북지역 부동산경매가 이뤄지는 서울북부지법 경매법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책 내용은 물론 심지어 발표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강북구 수유동에서 왔다는 김일선씨(45)는 "투기 단속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 같은 실수요자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경매 부동산물건이 부동산중개업소에 나와있는 매물보다 싸다고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경매부동산은 통상 6개월전에 감정평가를 받기 때문에 1차 최저입찰가격이 일반 시세보다 20% 가량 싸다.
이날 경매법정을 찾은 사람들은 400여명을 웃돌았다.
법원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근래 들어 서울북부지방법원이 크게 붐비고 있다"며 "응찰함이 넘치기까지 한다"고 귀띔했다.
14일 경매에서도 응찰함에 입찰서류가 가득찼다.
이날 가장 높은 입찰경쟁률을 기록한 물건은 도봉구 방학동 다세대였다.
대지지분 23.2㎡,건물 40.63㎡인 집(2층)에 46명이 몰렸다.
낙찰가는 1억4600만원.감정가 8000만원의 182.5%에 이르는 금액이다.
낙찰가가 발표되자 곧바로 탄성이 이어졌지만 그 정도는 줘야 사지 않겠느냐는 수근거림이 들려오면서 장내는 금세 조용해졌다.
두 번째로 많은 사람이 입찰한 물건은 중랑구 중화동 다세대 주택으로 37명이 노렸다.
낙찰가율은 방학동 다세대보다 더 높았다.
감정가 5500만원에 낙찰가는 2배가 넘는 1억1399만원이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날 북부지방법원 주거용 부동산 평균 낙찰가율은 127.9%로 집계됐다.
강북대책이 발표되기 전인 4월7일 113%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3월에는 101.84%였고 2월에는 97.38%로 강북지역 경매시장은 지속적으로 달아오르는 상황이다.
낙찰률 역시 87.5%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실수요 외에 투기성 가수요가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입찰함에 서류를 한 통 넣으면 실수요자로 볼 수 있다.
이날 경매에는 4~5통씩 한꺼번에 넣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매 결과가 강북 집값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는 방증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갑현 매니저는 "부동산 경매는 보통 기존 주택시장보다 후행지표로 간주되지만 지금처럼 시장이 뜨거우면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며 "강북지역은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이어서 정부 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은 데다 지금은 투기수요까지 살아있어 당분간 열기를 이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