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본격화됐지만 실적 악화 종목은 물론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 종목들조차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실적 호전 기대가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외국인이 '루머(실적 호전 전망)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의 속설을 대변하듯 실적이 발표되기가 무섭게 해당 종목을 대거 매각해 분위기를 식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저치(1574)로 떨어졌던 지난달 17일 이후 단기에 200포인트나 급등한 만큼 1분기 실적장세에 대한 기대가 무산될 경우 20일 이동평균선인 1690선 정도까지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 매도 '찬물'

GS건설은 14일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032억원으로 시장 예상치(980억원)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주가는 차익 매물이 쏟아진 데 따라 6.35% 급락한 14만원으로 마감됐다.

지난주 시장 기대치를 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LG디스플레이도 이날 1.71% 하락하며 3일째 내림세를 지속했다.

실적 발표 후 주가는 8.0%나 하락했다.

실적이 좋았던 포스코도 이날 6.34% 떨어졌으며 신세계 역시 1.75% 하락했다.

이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들의 수난은 외국인 등이 정작 실적 발표를 차익 실현 기회로 삼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은 지난주 실적 호전주로 꼽혀왔던 전기전자(3651억원)와 운수장비(4916억원) 건설업(1044억원) 등을 예외 없이 대거 내다 팔았다.

이달 초 이들 세 업종의 주식을 대거 순매수한 것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외국인을 중심으로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정보기술(IT) 자동차 건설주를 대거 사들였다가 주가가 크게 오르자 실적 발표 직전 또는 당일에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는 해당 종목의 투자의견을 낮추고 있다.

교보증권과 CJ투자증권은 업황 하락을 이유로 LG디스플레이의 목표주가를 각각 6만원,6만6000원으로 10.4%,8.3% 하향 조정했다.

한화증권은 자동차업종에 대해 철강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고,골드만삭스도 1분기 실적 호전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매도'의견을 유지했다.

◆단기급등 따른 조정예상

실적 호전주들이 힘을 쓰지 못함에 따라 향후 증시의 방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간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그동안 코스피지수의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팔랐다는 지적이다.

코스피지수는 3월17일 대비 지난 11일 기준 13.04%나 올랐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다른 이머징마켓의 94.7% 수준으로 높아져 지난해 7~8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김승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이익 개선폭 대비 주가의 상승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20일 이동평균선인 1690선 정도까지도 주가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별한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인 만큼 이번 주 미국 주요 금융업체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경우 외국인의 순매도가 더 확대될 것이란 부정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달 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30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의 '안도랠리'를 주도했으나 지난주부터 이날까지는 1조1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안승원 UBS 전무는 "최근 외국인의 매도세는 미국 금융주들의 실적 악화를 우려한 때문"이라며 "실제 미국 금융주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말했다.

서정환/김재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