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영리법인의 병원 설립을 허용하고 단일의료보험 체제를 폐지하는 등 의료 시장에 경쟁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책 연구기관이 공개적으로 영리법인 병원 허용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DI는 14일 '서비스 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정책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현행 건강보험 제도에서 필수 의료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단일 의료수가 제도를 실시해 선택의료 가능성을 닫아 버리는 바람에 의료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아울러 KDI는 "그동안 영리법인의 병원 사업 진출 허용 여부에 대한 많은 논쟁이 벌어졌지만 중간 타협안으로 '경영지원 회사'를 도입하는 것에 그쳤다"며 "의료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영리법인화를 전면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우수한 기술 경쟁력과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국내 의료기관이 영리법인 병원이 돼 보험 관광 마케팅 등의 사업을 수평 계열화한다면 인근 동아시아 및 선진국의 의료 관광객 유치로 이어져 서비스 적자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KDI 주장의 근거다.

우선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 등에서 시범 실시한 뒤 전국적인 확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대체형 민간 의료보험(국영 건강보험 대신 가입하는 보험) 허용을 앞두고 지금처럼 모든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으로 강제 지정되거나 형식적이고 물리적인 기준으로 보험 수가를 매기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KDI는 지적했다.

국영 건강보험과 계약을 맺지 않은 의료기관이 별도의 특화된 의료 서비스를 건강보험 급여 대상 외로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얘기다.

한편 KDI는 한국의 서비스 산업 생산성이 낮은 이유를 변호사나 회계사 의사 기술자 등 지식기반형 업종에서 인력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각 이익집단이 이른바 '인력의 질 저하'를 명분으로 배타적인 자격증 제도를 만들어 소비자들에 의한 선택권을 배제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주훈 KDI 선임 연구위원은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공급제한적 자격 시험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