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SK주유소에 막 들어서고 있는 회사원 강인혁씨,차안에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가 흘러나온다.

"지도의 신규 도로정보를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다운로드 받으시겠습니까?" 화면상에 '예(Yes)' 버튼을 누르자 지도가 자동으로 최신 버전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하려면 인터넷에 연결해서 다운로드 받아야 했던 강씨는 이제 SK주유소 단골 고객이 돼버렸다.

이달 말쯤이면 강씨와 같은 편리함을 만끽할 수 있는 이들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SK에너지가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을 현실에서도 가능하도록 전국 3500여개의 주유소에 시설을 모두 깔아놓은 것.신개념 주유소의 이름은 '디지털 허브'다.

◆똑똑한 주유소

앞으로 SK에너지는 주유량,엔진오일 교환 주기 등 각종 차량 정보도 내비게이션 단말기를 통해 자동으로 체크해 주는 서비스도 추가할 계획이다.

OK캐쉬백 포인트를 카드 없이도 적립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다.

주유하는 동안 음악 등 각종 콘텐츠도 내려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차량의 고장 여부도 주유소에 들어서는 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신개념 주유소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디지털 허브'를 가능토록 한 기술은 블루투스다.

이 기능은 근거리에 놓여 있는 컴퓨터와 휴대폰 혹은 가전제품 등을 무선으로 연결해 쌍방향으로 실시간 통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무선마우스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최근 새로 나온 휴대폰엔 대부분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돼 있다.

SK에너지는 카라이프(Car Life) 사업부를 통해 텔레매틱스 기술을 축적해왔고,지난달 말에 서울과 경기 일부 20개 주유소에서 '디지털 허브' 시범 서비스를 진행했다.

이달 안에 관련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단말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SK에너지는 블루투스 기술을 통해 차량 상태를 진단해주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고객이 별도의 차량 진단 단말기를 장착하고 주유소에 진입하면 블루투스로 차량 정보들이 분석센터에 수집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차 상태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진단 서비스를 통해 차량에 이상에 생긴 즉시 고장을 감지하고 수리를 할 수 있어 차량 관리가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허브'의 혜택을 누리려면 일단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한 내비게이션을 새로 구입해야 한다.

이달 중에 현대텔레매틱스에서 '프로비아A7'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고,SK네트웍스 TG삼보 등도 SK에너지와 관련 제품 출시를 위해 협의 중이다.

이와 관련,SK에너지는 기존 내비게이션 단말기로도 '디지털 허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블루투스 전용 칩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전용 칩은 고객 사은 행사 등으로 나눠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허브' 서비스는 반드시 주유를 해야만 이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SK주유소 반경 100m 지역 내에 들어가면,자동으로 내비게이션이 블루투스 통신과 접속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SK에너지는 화장실을 개방한 것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허브'도 개방형으로 운영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