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어닝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영 신통찮다.

양호한 기업실적 전망이 이미 1분기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는데다 실적이라는 내부 요인보다 대외 요인에 더 큰 관심이 쏠리면서 제대로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종목의 경우 실적발표가 차익실현 기회로 인식되면서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부진을 나타내고 있다.

기대했던 어닝시즌이 당초 전망했던 것과 다른 그림을 그려내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15일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비록 현 시점이 국내 기업들의 실적발표 시즌이긴 하지만 아직은 미국에서부터 들려오는 소식에 따라 시장 전체가 반응하는 권역에 있다"면서 "미국 기업실적 및 경제지표의 부정적 영향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2분기 이후 기업실적이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나 이에 대한 주가 반영 역시 시장 전체를 둘러싼 미국의 경기침체 및 세계 경제 둔화, 인플레 위험 등과 같은 매크로 변수들의 영향력이 둔화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

반면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어닝시즌을 차익실현의 빌미로 활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기적인 안목"이라면서 "안도랠리의 추세가 아직 살아있고 향후 장기적인 실적 개선 추세 역시 유효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내년 4분기까지 연평균 6.5%의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

이 연구원은 "미국의 기업실적 역시 금융주를 중심으로 지난 4분기 저점을 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기적인 이익 개선 전망은 중장기적인 증시 흐름의 훼손을 막아주는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어닝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 과정에서 이미 반영됐고, 어닝시즌의 개막과 더불어 단기적인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질 수 있지만 단기와 중장기 투자전략의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한편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장세는 베어마켓 랠리라기 보다는 비관적인 전망과 암울한 경제지표 속에서 유동성들의 선순환으로 나타나는 금융장세의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유동성 장세 초입국면에서 맞이하는 실적 시즌인만큼 매수세가 유입되는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SCI 코리아의 어닝 모멘텀이 더이상 악화되지 않고 있고, 일부 업종에서는 보합 또는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소개.

특히 정보기술과 경기관련 소비재 업종은 실적 전망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운수장비와 전기전자 등 업종별로 기관의 매수세가 적극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동성과 실적을 모두 갖춘 IT와 경기관련 소비재(운수장비) 업종에 포커스를 맞춰 투자전략을 짜는게 바람직해 보인다는게 이 증권사의 판단이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