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경영] 事業報國 삼성 70년 … 이젠 글로벌 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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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만주에 건어물을 내다 팔던 조그마한 상점(삼성상회)으로 출발한 삼성그룹이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고희(古稀)를 맞기까지 삼성은 전례가 없는 성장을 거듭하면서 대한민국 대표기업으로 성장했다.
초창기 자본금 3만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연간 매출만 150조원에 달한다.
종업원 수도 초창기 40명에서 작년 말 현재 25만명으로 급증했다.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하지만 창립 70주년은 삼성에 있어 새로운 출발선일 뿐이다.
향후 100년간 초일류 기업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게 삼성의 전략이다.
◆2008년,'뉴 삼성'의 출발점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이다.
기업을 통해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산업기반과 국가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생각이었다.
이후 삼성이 보인 무수한 도전의 역사는 이런 경영철학에서 시작됐다.
해외에서 전량을 수입해왔던 설탕을 처음으로 국산화하기 위해 제일제당(1953년)을 설립하고,우리 체형에 맞는 양복 한 벌을 만들기 위해 국내 최초의 모직회사인 제일모직(1954년)도 세운 게 대표적이다.
1969년에는 전자산업에도 진출했다.
당시 국내외 기업들은 삼성이 전자산업에 도전하는 것 자체를 무모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삼성은 전자산업 진출 10년 만에 일본 마쓰시타를 제치고 세계 브라운관 TV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삼성 반도체 신화의 탄생 과정도 어찌보면 무모했다.
1983년 2월 이병철 회장이 도쿄에서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했을 때 일본 도시바 등은 비웃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992년 삼성은 도시바를 제치고 세계 D램 시장 1위로 올라섰다.
1987년 2대 회장에 취임한 이건희 회장은 강력한 체질 개선을 주도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대표되는 '신경영'을 통해 재도약의 기틀을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7.4제(오전 7시 출근,오후 4시 퇴근)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를 한 결과 삼성은 세계 일류 기업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었다.
각종 경영성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브랜드 가치도 급상승했다.
미국의 브랜드 평가기관인 인터브랜드가 2006년에 매긴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169억달러로 전세계 기업 중 21위에 올랐다.
일본 소니(25위)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초일류 기업 반열에 올라섰지만 현재 삼성 내부에서는 엄청난 위기의식이 감지된다.
2004년 이후 그룹 매출 신장세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휴대폰을 넘어설 신수종사업도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외부의 도전도 어느 때보다 거세다.
일본과 대만,미국 기업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반도체 LCD 분야에서 삼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제 3창업의 시작은 '창조경영'
삼성은 이에 따라 안팎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섰다.
그 출발점은 2005년 이건희 회장이 내건 경영화두인 '창조경영'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2005년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지난 70년은 삼성그룹이 앞선 기업들을 벤치마킹하고 이를 통해 초일류 기업들을 따라잡는 시기였다.
하지만 세계적인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 지금은 남들이 한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신시장,신제품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창조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은 올해부터 추진된다.
먼저 그룹 차원에서는 작년에 발족한 신수종사업 태스크포스(TF)를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임형규 삼성종합기술원장을 팀장으로 한 이 TF는 바이오,나노,로봇 등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구체적인 액션플랜도 나왔다.
삼성은 반도체와 TV 등 현재 21개인 월드 베스트 제품 숫자를 2010년까지 50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