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무슨 주식투자를 하느냐는 핀잔도 들었어요.

하지만 제게 주식시장은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 '배움터'이기도 합니다."

지난 2월 대원외국어고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인문학부 입학을 앞두고 있는 박승준군(19)은 주위에서 '경제통'으로 불린다.

고등학교 재학 때부터 주식투자에 나선 데다 회사까지 차린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그가 처음 경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교 1학년 때.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주최한 경제경시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것이 계기였다.

"주식시장 등 실물경제를 공부하면서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시장의 역동성에 빨려들어갔습니다."

그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경제 전문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각종 경제ㆍ증권 경진대회 등에 참가하는 한편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땄다.

고교 2학년 때는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경제체험대회의 모의주식투자대회에서 수익률 기준으로 2위(2주간 9%)를 기록했다.

"2주간 1000%의 회전율을 보이는 무지막지한 단타매매로 수익을 냈는데 지금 생각하면 좀 철이 없었죠(웃음).앞으로는 가치주ㆍ대형주 위주로 투자해볼 생각입니다."

올해 1월부터는 '모의투자' 대신 진짜 주식계좌를 개설해 삼성전자 하이닉스 미래에셋증권 등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수익률은 9% 수준."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으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베이징올림픽 특수를 보고 있는 중장비 업종에서 수익이 많이 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주식투자를 위한 종자돈 450만원은 그동안 각종 경제ㆍ증권 경시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마련했다.

박군은 지난해 10월 주식회사 '대원벤처스'를 설립한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유학준비 가이드 서적을 이 회사를 통해 출판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주식회사를 설립할 당시 미성년자여서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상법상 최소 자본금 5000만원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까다로울 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 했을 거예요."

그는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부모님을 설득해 자본금을 마련했다.

법률ㆍ세금 문제 등을 잘 모를 때는 사업가인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는 주식회사 설립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졸업 후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상류층이 아닌 사람도 누구나 찾을 수 있는,고령화 시대의 중산층을 위한 투자자문회사를 운영하고 싶습니다.

대학에 다니며 투자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알고리듬을 개발해볼 생각입니다."

박군은 한국경제신문이 발행하는 고교생용 논술신문 '생글생글'의 열렬한 애독자이기도 하다.

"화장실 갈 때 꼭 들고 가는 버릇이 있어요.

아버지와 함께 보는 한국경제신문에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쉽게 설명해줘 투자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