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도 대형화 길 찾는다
영원한 라이벌인 대구은행부산은행이 지방은행의 합종연횡 방안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책은행 민영화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 금융권의 지각 변동 속에서 대형화만이 유일한 생존책이라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방식을 두고는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덩치를 키우려는 이유는 특정 지역에서 소규모 영업을 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자통법 이후를 대비해 제대로 된 증권사를 인수하려면 5000억∼1조원 안팎의 뭉칫돈을 투입해야 한다.

한 해 순익이 3000억원 미만인 지방은행 단독으로는 그런 투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또 지역 경제의 부침에 따라 은행 실적이 좌우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금융사들은 은행,증권,보험 등을 합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현재 개별 지방은행 규모로는 토털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전산 투자나 인력 개발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구은행이 들고 나온 방안이 지방은행 간 공동지주회사 방안이다.

구체적으로는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제주은행을 제외한 5개 지방은행을 지주회사로 묶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외환은행(82조원)보다 자산이 큰 금융사가 탄생할 수 있다.

이화언 대구은행장은 작년 11월 금융감독원장과 시중 은행장 간 워크숍에서 이런 방안을 보고한 뒤,공동지주회사의 필요성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경쟁사인 부산은행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안이라며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장호 부산은행장은 지난 14일 열린 취임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수합병(M&A) 없이 공동 지주회사가 된다는 것은 지방은행이 돌아가면서 지주사 회장을 하자는 말"이라며 "이 같은 방안은 자회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없고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경남은행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복안을 내비쳤다.

경남은행을 합병하면 자산 규모가 45조원에 달해 지방은행 구도 재편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금융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경남ㆍ광주은행 등을 분리 매각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우리금융의 매각 구도가 핵심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경남ㆍ광주은행을 우리은행과 묶어 판다면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의 미래 전략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