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800선 회복을 앞두고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중·소형주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3월17일 연중 저점을 찍고 반등한 이후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미진해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소형주의 강세는 그동안 주가 상승 과정에서 벌어졌던 대형주와의 수익률 격차를 좁히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60일선(1680)과 120일선(1794) 사이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경우 일시적으로는 중·소형주가 돋보일 수 있지만 무게중심은 여전히 대형주에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정장에서 중·소형주 돋보여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중형주는 0.45% 올라 지수 낙폭을 줄였다.

코스피지수가 33포인트(1.85%) 급락한 지난 14일에도 대형주는 1.89% 빠진 데 비해 소형주는 0.77% 하락에 그쳤다.

이날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시가총액 1~3위 종목은 모두 하락한 반면 중·소형주들은 한국기술산업과 하이스틸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것을 비롯 국동 웅진씽크빅 천일고속 대원제약 KSS해운 등이 줄줄이 상승률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대형주 중에서는 남해화학 에스원 두 종목만 상승률 상위 30위권 내에 포함됐다.

그렇지만 이 같은 중·소형주의 신바람은 대형주의 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평가가 많다.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찍었던 3월17일 이후 반등하는 동안 중·소형주는 상승률이 대형주에 크게 못 미쳤던 만큼 격차를 좁히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3월17일 이후 이달 14일까지 대형주 지수는 12.0% 오른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 지수는 각각 3.9%,3.3% 상승하는 데 그쳤다.

또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691개(증권투자회사·우선주 제외) 종목 중 코스피지수 상승률(10.7%)을 넘어선 종목은 151개에 불과했다.

특히 225개 종목은 지수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3개 중 1개는 최근 반등 국면에서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다"며 "이는 명목지수와 체감지수의 괴리가 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기관장세에서는 대형주를 봐야

증시는 이번 주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JP모건체이스에 이어 메릴린치와 웰스파고(17일) 씨티그룹(18일) 등이 잇달아 실적을 내놓기 때문이다.

18일은 중국 추가 긴축을 좌우할 중국의 3월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된다.

미 신용 경색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예상밖의 실적이 나올 경우 국내외 증시가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조정 우려감이 있는 데다 1750선 위에서는 지수상 부담이 생길 수 있어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된 중·소형주들은 싸게 보일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대형주가 초기 상승을 주도하는 만큼 역시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아직 기관투자가가 주도하는 장세"라며 "경기 회복을 타고 상승 종목이 크게 늘어나는 본격 상승기가 오기 전까지는 기관이 선호하는 대형주 중심의 매매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장세의 특성상 기업의 규모보다 업종에 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권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도 "시장 하락 위험이 줄어들어 1분기 실적 호전 중·소형주는 강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관이 사야 시세의 연속성이 있는데 최근 펀드자금의 흐름을 감안하면 중·소형주들이 전반적으로 초과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