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수백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지닌 장수기업들이란 점이다.
곤고구미는 무려 1430년,샤토 굴랭은 1000년,필그림하우스는 700년간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것도 간신히 이름만 보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영역에서 최고의 명성을 유지하면서다.
모든 기업의 꿈인 '100년 이상 가는 영속기업'의 표준 모델인 셈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무대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100년의 꿈을 꾸지만 10년도 못가는 기업들도 상당수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발표하는 세계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고작 40~50년.1900년에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회사는 제너럴일렉트릭(GE) 한 곳뿐이란 통계는 냉혹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생생한 사례도 있다.
1930년대 대공황과 1·2차 세계대전도 버텨냈던 월가의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베어스턴스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란 암초에 걸려 창업 85년 만에 부도가 날 줄 누가 알았을까.
1980년대까지 삼성그룹,현대그룹과 자웅을 겨루던 대우그룹이 IMF 외환위기로 몰락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COVER STORY] 어떻게 하면 100년 영속의 영광을 누릴까?
결국 잘나가는 기업이라고 마냥 안심할 수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생존경쟁에서 뒤처지면 하루 아침에 문을 닫아야 하고,방심하다가 언제 라이벌 기업에 인수·합병(M&A)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다.더군다나 서구 기업에 비해 역사가 짧은 국내 기업들이라면 위기의식은 더 강할 수밖에 없다.매년 창립기념일을 맞는 기업마다 새로운 도약의 각오를 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2008년 창립기념일을 맞는 기업들은 여느 해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70주년,LG그룹이 61주년,SK그룹이 55주년,포스코가 40주년을 맞는 등 주요 기업마다 새로운 변곡점을 의미하는 창립 기념일을 잇따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0년간 좌파정권을 대체해 새롭게 시장친화형 정부가 들어서면서 어느 때보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도 올해 기업들의 창립기념일에 큰 의미를 던져준다.
창립기념일을 맞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고민은 비슷하다.
'어떻게 하면 100년 이상을 지속할 기업이 될 것인가'다.
그런 점에서 창업 초창기의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점은 주목된다.
창업 초심(初心)에서 100년 이상의 오랜 생존력을 갖춘 영속기업의 DNA를 찾겠다는 의지라는 점에서다.
삼성 70, '제 3창업' … 故이병철 회장, 뚝심으로 세계1등 반도체 이뤘듯
삼성그룹은 올해 70주년을 맞아 '제3창업'을 목표로 정했다.
1938년 고 이병철 회장이 '사업보국'의 철학으로 창업하고 1988년 이건희 회장의 '제 2창업' 선언으로 초일류 기업의 발판을 마련한 데 이어 올해를 세계 최고기업으로 도약하는 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한 삼성의 액션플랜은 '창조경영 구체화'다.
일본 업체들의 비웃음 속에서 고 이병철 회장의 뚝심과 선견력만으로 세계 1등 반도체 회사가 됐던 것처럼 창조적인 발상과 제품 개발로 100년 이상 가는 영속 기업의 발판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LG 61, '고객이 미래다' …故구인회 회장 "한국 사람만의 치약 만들자" 했듯
창립 61주년을 맞는 LG그룹도 올해 창업 초심인 '고객가치 경영'으로 재도약을 이룬다는 전략이다.
고 구인회 창업주가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를 세울 당시 "한국사람만의 치약을 만들자"고 강조했듯 고객을 중심에 놓는 경영에서 미래를 찾자는 판단에서다.
구본무 회장이 올해 화두 역시 '고객가치 경영'으로 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SK 55, '인간중심 행복추구' … 故최종현 회장 "사람이 최우선이다" 외쳤듯
SK그룹은 올해 창립 55주년을 맞아 '새로운 SK 100년'을 장기 비전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사람(인재)을 최우선시했던 고 최종현 회장의 경영철학을 계승해 경영 과제도 △인간위주의 경영 △행복추구 경영 △글로벌 경영으로 정했다.
사회공헌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SK는 올해 투자액을 작년보다 15% 늘어난 8조원으로 증액했다.
포스코 40, '50돌엔 매출 100조'… 허허벌판 無에서 有만든 창업정신 이어받아
포스코도 의미있는 창립 기념일을 맞았다.
1968년 박태준 명예회장이 포항 영일만 허허벌판에 포항제철을 세운 지 어느덧 40년이 흐른 것.자산 규모 16억원에 불과했던 포스코의 덩치는 어느새 세계 2위권 초대형 철강회사로 성장했다.
포스코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낸 창업정신으로 돌아가 50주년이 되는 2018년 매출 100조원을 달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재 철강부문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해 2018년에는 매출의 70%는 철강부문에서 뽑아내고 나머지 30%는 에너지.정보기술(IT) 등 비철강부문에서 올릴 계획이다.
아시아나 62, '500년 영속기업'… 계열사간 화학적 융합 이뤄내고자
창립 62주년을 맞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500년 영속기업'을 장기 비전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최근 인수한 대한통운,대우건설 등과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 계열사 간의 화학적 융합을 집중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달 1일 창립 50주년을 맞은 KCC그룹도 2012년까지 세계 4대 실리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내놨다.
국내 건자재 전문 기업에서 세계 초일류 정밀화학 기업으로의 변화를 공식화했다.
코오롱도 올해 창립 51주년을 맞아 '사업 고도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이란 목표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