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해외 식량기지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개별적으로 해외 곡물농장을 추진해온 기업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미 일부 기업들은 국제 곡물가 급등에 따른 대책으로 러시아와 동남아시아 등지의 곡물농장 설립방안을 추진해온 터여서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뉴욕으로 가는 특별기 내에서 공식 수행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최근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관련, 쌀값이나 사료값이 너무 올라 대북 식량지원을 하는 데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해외 식량기지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예를 들어 연해주와 같은 지역의 땅을 30~50년 장기 임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북한의 노동력도 이용할 수 있고 북한까지 운반거리가 짧기 때문에 북한에 식량을 직접 지원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능하다면 이모작이나 삼모작이 가능한 동남아 지역을 장기임대해서 쌀이나 곡물을 생산, 현지에서 사료 등을 만들어 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경우 해외 부지확보와 같은 것은 정부가 앞장서서 하고 경영은 민간이 나서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해외 식량기지 확보방안 발언으로 이미 해외 진출을 모색해온 기업들이 새롭게 부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선 닭고기 전문생산업체 하림이 떠오르고 있다. 하림이 추진해온 해외 곡물농장 확보 방안이 이 대통령 구상과 너무 흡사하기 때문이다.

하림은 사료 원재료인 국제 곡물가격과 해상운임 상승으로 생계 생산원가가 뛰면서 실적이 악화되자 해외 곡물농장 조성사업에 주력해 왔다.

러시아 연해주의 비옥한 토지를 임대해 사료곡물을 재배,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지역 등지로까지 이런 구상을 확대, 현지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하림 관계자는 "육계 생산원가 중 사료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아 해외 곡물농장 확보방안을 이미 추진해 오고 있다"면서 "부지확보 등을 정부가 지원할 경우 사업진행이 원활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몽골 농목축업사업 진출을 모색해온 한성엘컴텍도 정부의 해외 식량기지 구축 검토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한성엘컴텍은 지난 8일 몽골 동부에서 농묵축사업에 진출한다고 공시했다. 한성엘컴텍은 이를 위해 현지에 3개 업체를 설립, 이들 기업들에 70%를 출자하고 나머지 30%는 특수관계인들이 출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기업이 정부 지원없이 개별적으로 해외 부지를 확보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던 만큼 이번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미 해외에 곡물농장을 가동하며 노하우를 쌓아온 국내 대형 사료생산 기업들의 진출확대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진출기업이 경쟁적으로 늘고, 정부까지 나설 경우 해당 국가들의 토지 임대비용 급등 등 부작용도 속출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