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기술이 발전한 지금도 암은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다.

늦게 발견하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치명적인 질병이기 때문이다.

운 좋게 일찍 발견했더라도 재발과 전이를 막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런 암을 마치 독감처럼 주사 몇 대로 예방할 수 있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꿈 같은 이야기로 들리지만,자궁경부암만 놓고 보면 암 예방주사는 이제 현실이 됐다.

다국적 제약사인 MSD가 개발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인 '가다실(Gardasil)'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2006년 6월부터다.

이 제품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거쳐 작년 9월부터 국내에서도 시판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가다실의 강력한 경쟁자인 GSK의 '서바릭스'도 출시된다.

이제 자궁경부암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자궁경부암은 여성암 중 사망률 랭킹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위협적인 암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일 12명이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받고,3명이 이 병으로 사망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2분에 한 명씩 자궁경부암으로 죽음을 맞는다.

자궁경부암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유방암과 달리 자가 진단이 어려운 데다 뚜렷한 초기 증상이 없어 암이 커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궁경부암은 예방이 중요하며 그 해답은 백신이라는 게 의료계의 일치된 견해다.

그렇다면 유독 자궁경부암에 대해서만 예방 백신이 나온 이유는 뭘까.

정답은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인유두종바이러스(HPV)란 사실을 밝혀낸 데 있다.

원인을 찾은 만큼 이를 예방하는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다른 암들은 원인이 다양한 데다 증상도 서로 달라 예방백신을 만드는 게 사실상 힘든 상태다.

반면 HPV는 자궁경부암의 주 원인이 되는 유형이 16,18형으로 밝혀져 있다.

이들 바이러스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흔해 성생활을 하는 여성의 대다수가 노출된다.

여성의 80%가 50세 이전에 한 번 이상 감염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MSD의 가다실은 16,18형을 100%에 가깝게 차단할 뿐 아니라 생식기 사마귀의 원인이 되는 6,11형까지 예방해주는 백신이다.

60여만원을 주고 6개월에 걸쳐 세 차례 주사를 맞으면 최소 5년간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

MSD는 비공식적으로 7년 동안 완벽한 예방효과가 있다는 데이터를 확보한 상태이며,이론적으로는 30년 이상 예방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다실은 독감 백신처럼 바이러스를 약하게 해서 만든 제품이 아니라 바이러스 모양을 닮은 가짜 바이러스로 만들었기 때문에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다.

안전성이 입증됐음은 물론 부작용도 없다는 게 한국MSD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선 식약청의 허가기준에 따라 9∼26세 여성만 접종받을 수 있다.

하지만 45세 여성에게도 예방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어 머잖은 시기에 중년 여성들도 가다실을 접종하게 될 것으로 의료계는 전망하고 있다.

올 하반기 국내에 선보일 GSK의 서바릭스는 예방효과가 최소 6년4개월에 달하는 제품이다.

이론적으로는 예방효과가 50년에 이른다고 GSK 측은 설명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