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에 부는 주식 열풍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의 한 은행.감자 행상을 하는 제인 케로부씨(35)가 세 살짜리 딸을 업고 들어섰다.

주식을 사기 위해서다.

케냐 최대 이동통신 회사 사파리컴이 지분을 판다는 소식에 틈틈이 저축한 전 재산 160달러를 챙겨왔다.

그는 "주식을 사는 것은 생전 처음이지만 사파리컴 상장 소식을 듣고 거금을 벌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종족 분쟁의 피바람이 막 휩쓸고 간 케냐에 주식 바람이 거세다.

개설 2개월째를 맞은 르완다 증시에도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주목받으면서 르완다 증시는 아프리카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케냐의 주식 붐은 사파리컴이 올초 동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예고하면서 시작됐다.

케냐 정부 보유지분 25%가 지난달 28일 시장에 나오자 케냐의 엘리트 계층뿐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를 포함한 서민들까지 주식 투자 열풍에 가세했다.

해외 투자자들도 공모주를 받기 위해 케냐에 몰려들었다.

사파리컴이 이번에 발행한 주식은 총 100억주,8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의 이 같은 폭발적 관심은 아프리카 이동통신 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프리카는 낮은 소득에도 불구,휴대폰 보유율이 급증하고 있어 차세대 유망 시장으로 꼽힌다.

8년 전 영국 보다폰이 국영 이동통신 회사를 사들이면서 탄생한 사파리컴은 현재 가입자 900만명,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80%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선 비리 시비로 촉발된 유혈 분쟁이 최근 마무리된 것도 케냐 증시의 훈풍 요인이다.

두 달 전 문을 연 르완다 주식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르완다는 1990년대부터 계속된 대규모 인종학살 내전의 폐허 위에 사회기반을 조금씩 형성해가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민간 투자회사인 '아프리카개발협력'은 르완다 회사 세 곳에 214억달러를 투입했다.

이 회사의 더크 하베케 최고경영자(CEO)는 "증시가 문을 연 덕분에 기업 투자와 이익 실현 전략을 짤 수 있게 됐다"며 "지금은 우리처럼 현지 기업을 잘 아는 사람들만 투자하지만 향후 1~2년간 증시가 잘 운영되면 큰 국제적인 투자자들도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남아프리카공화국 제외) 지역에는 우간다 짐바브웨 등 현재 16개의 증권 시장이 개설돼 있으며 총 500여개 종목이 거래되고 있다.

스탠더드은행은 지난 1분기 아프리카 증시가 달러화 기준으로 11.3% 올랐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선진국 증시를 대표하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가 9.5%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스티븐 골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전략가는 "아프리카,특히 사하라사막 이남 국가들의 최근 3년간 증시 상승률은 50%에 달한다"며 "아프리카 증시는 이 지역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에게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the last frontier)'"이라고 평가했다.

박성완/김유미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