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진료실에서 부산에 계시는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 친구의 남편 되는 분이 다리가 너무 아파서 너를 찾아가려하니 한번 진료해달라는 말씀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방문한 환자분은 "우측 다리가 저려서 허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침을 맞아보고 찜질방을 달포나 다녔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닌게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 찍어온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판독해보니 척추에 심한 퇴행성 변화가 보였다.

하지만 신경학적 검사는 정상 소견이었기에 척추신경이 아닌 다른 부위,즉 근육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짐작됐다.

환자에게 아픈 부위를 그림으로 표시하게 하고 해당 부위를 근육통 진단 프로그램에 넣어 분석했다.

우측 엉덩이의 대둔근과 중둔근의 근육을 둘러싼 근막에 통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엉덩이 근육의 통증을 푸는 주사를 놓고 스트레칭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며칠 후 외래진료실로 찾아온 환자분은 오래간만에 너무 편하게 잤다고 활짝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골다공증이나 디스크(척추추간판탈출증),좌골신경통 등은 워낙 널리 알려진 질환이라 많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지만 엉덩이 근육에 생긴 근막통증에 대해선 아는 이가 별로 없다.

인체는 수많은 근육들에 의해 움직이는데 근막통증은 바르지 못한 자세로 같은 일을 반복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뭉친 근육이 쉽게 풀리지 않아 생긴다.

근막통증증후군의 다른 원인으로는 교통사고와 같은 일시적 충격,피로,수면장애,영양결핍 등이 있다.

그런데 이 병은 CT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근전도검사 등으로는 진단하기 어렵고 오히려 전문의의 손끝으로 좀 더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의사의 해부학적 지식과 숙련도가 요구되는 것이다.

다행히 요즘엔 컴퓨터 진단 프로그램이 확산되면서 진단이 수월해졌다.

국소마취제나 스테로이드, 근육이완제 등 근육을 풀어주는 약물을 주사하거나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물리치료나 스트레칭을 통해 치료하면 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예방이다.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피하고 일하는 중간에 정기적으로 어깨나 허리 근육을 스트레칭해주면서 휴식시간을 가져야 한다.

고개를 너무 숙이고 책을 보는 경우엔 독서대를 사용해야 한다.

직장에서 사무를 보는 책상의 높이가 너무 높거나 낮아서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면 책ㆍ걸상의 높이를 조절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 수는 없겠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야 하고 너무 춥거나 습한 곳에 노출이 되면 통증이 심해지므로 주의한다.

변환택 산재의료관리원 창원병원 재활전문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