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기ㆍ전자 업체들이 경쟁력이 없는 사업에선 잇따라 과감히 손을 떼고 있다.

자신 있는 부문에만 올인하는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다.

채산성이 없거나 시너지 효과가 적은 사업은 버리고 유망한 분야만을 골라 집중 투자하겠다는 얘기다.

일본 내 평판TV 업계 6위인 일본빅터는 올여름 국내 사업에서 전면 철수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대신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일본의 주요 TV 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발을 빼기는 처음이다.

빅터의 국내 TV 사업 포기는 과열 경쟁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빅터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100만대 정도의 LCD(액정표시장치) TV를 팔았다.

이 중 일본 내 판매는 30만대에 그쳤다.

시장점유율 2.9%로 샤프와 마쓰시타 소니 도시바 히타치에 이어 6위였다.

빅터는 작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전자 업계 하위 업체들의 사업 포기는 작년 말부터 두드러지고 있다.

산요전기는 휴대폰과 통신 관련 사업에서 전면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휴대폰 사업을 교세라에 매각했다.

미쓰비시전기도 휴대폰 개발과 생산에서 완전 철수키로 지난달 결정했다.

일본의 전기ㆍ전자 업계에선 상위 1,2위가 아니면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게 정설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해 디지털 전자제품의 일본 내 시장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1,2위 업체의 점유율은 계속 높아진 반면 3위 이하의 점유율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DVD레코더의 경우 상위 1위인 마쓰시타전기(35%)와 2위인 샤프(25%)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60%로 전년에 비해 20%포인트 올라갔다.

MP3도 상위 1,2위인 애플(50%)과 소니(28%)의 점유율이 78%로 12%포인트 상승했다.

휴대폰 PC 비디오카메라 전자피아노도 상위 1,2위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됐다.

디지털 전자 분야에서 상위 1,2위의 지배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은 신제품 개발 주기가 짧고,가격 인하 속도가 빠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