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다시 네 자릿수로 복귀할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일 환율 상승에 재료가 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한동안 970~980원대에 갇혀 있던 환율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원60전 오른 989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995원50전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단기급등에 따른 수출업체와 역외세력의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상승폭이 둔화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환율이 네 자릿수로 복귀할지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진우 농협선물 금융공학실장은 "정부의 환율 부양 의지도 의지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에 달러가 부족하다"며 네 자릿수 환율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이 실장은 "경상수지 적자와 외국인 주식매도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수출업체들도 미리 앞당겨 달러를 팔아놔 시장에 매물 부담이 줄었다"며 "970원대 초중반에서의 박스권 장세가 깨진 만큼 일단 달러를 사고보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오석태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도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와 경상수지 적자 기조로 달러화는 외환당국의 개입 없이도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원ㆍ달러 환율은 1000원 선 부근에서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차장은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선까지 치솟지 않는 한 원ㆍ달러 환율이 네 자릿수를 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가 지금보다 더 오르면 경상수지 적자가 더 확대되고 그 결과 환율 상승 요인이 커지지만 지금 수준에선 네 자릿수의 벽을 뚫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현재 유가는 서부텍사스중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113달러대다.

홍 차장은 또 "정책당국의 발언은 환율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요인이라기보다 환율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