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노동조합이 사실상 임금 동결을 결의하고 단체 행동도 자제키로 했다.

대규모 법인세 부과 등으로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측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가 '원천 무효'를 선언,노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하나은행 노사는 16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김정태 행장과 김창근 노조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사 화합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은행 노사가 무분규 공동 선언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하나은행 노사의 이번 결정이 다른 은행 노사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노조는 선언문에서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단체 행동을 자제하는 한편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는 등 경영 정책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임금을 동결하고 단체 행동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은 "거액의 법인세 부과 문제 등으로 은행이 매우 어렵다"며 "김정태 신임 행장 등 경영진을 믿고 어떠한 고통도 감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행장도 "대내외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노사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취임한지 20여일이 지난 김 행장은 이번 선언을 이끌어 냄으로써 영업을 강화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은행 노조는 지난해 옛 서울은행과 하나은행 정규직 내 직제 통합을 놓고 사측과 갈등을 빚다 은행장 등을 부당 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융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산별 노조로서 하나은행 지부에 임금 및 단체 교섭권을 위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공동 선언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하나은행 지부에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음 달 시작되는 2008년 산별 임금교섭을 앞둔 시점에서 하나은행 노조가 임금 동결을 선언함에 따라 협상력 저하를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노조는 4월 말 임금인상 요구안을 만들어 사측에 전달하고 5월 초 협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