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파괴. CEO사관학교 개설

포스코가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을 만든다.

순혈주의를 타파해 외부 인사에게도 CEO 문호를 개방하고,연임 제한을 없애며,차세대 경영요원을 양성하기 위한 GE식 인재사관학교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게 골자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16일 "오너가 없는 포스코의 흔들림없는 경영을 위해서는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같은 투명하고 공개적인 CEO 선출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최근 'CEO 승계 프로그램(CEO succession program)'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KT 국민은행 KT&G 등 민영화 기업 가운데 체계적인 CEO 승계 프로그램 마련에 나선 것은 포스코가 처음이다.

포스코는 작년 말 외국계 컨설팅회사와 계약을 맺고 관련 작업에 착수했다.

올 상반기 중 최종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구체적인 승계 매뉴얼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매뉴얼의 적용 시점은 이구택 현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2010년으로 잡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작년 초 이사회에서 이구택 회장 연임 문제를 논의할 때 '차기 CEO는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며 "이 회장도 당시 이 제안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03년 3월 포스코 수장에 올라 유상부 전임 회장의 잔여 임기 1년을 채운 뒤 2004년 2월 새로 선임됐고,작년 2월 연임됐다.

3년 임기 만료 시점은 2010년 2월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당초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모델로 삼은 것은 GE처럼 민영화 이후 세계 정상의 기업으로 성장한 외국 회사들이었다"며 "한국판 '잭 웰치'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현재의 폐쇄적인 CEO 선출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모아져 있다"고 전했다.

CEO가 장기적 안목에서 책임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포스코는 이와 함께 내부에서 '장래 CEO 감'을 키우기 위해 수많은 정상급 지도자를 길러낸 'GE 사관학교'를 벤치마킹,가칭 '포스코판 CEO 사관학교'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