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제약업계는 지금 '항암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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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약업계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는 항암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암 환자 수 역시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 항암제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전체 제약시장의 연평균 성장률(6~7%)보다 3배가량 높은 20%대를 기록 중이다.
국내 항암제 시장 역시 최근 3년간 연평균 15%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25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항암제 시장에 무관심했던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국내 주요 제약사들도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항암제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존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선보이는 항암제의 가장 큰 특징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골라 없애는 '표적 치료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부작용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암 환자에게 따라붙던 탈모와 구토 현상도 옛말이 되고 있다.
특히 주사제가 아닌 알약 형태로 출시돼 복용하기도 훨씬 편해졌다.
바이엘헬스케어가 선보인 간암 및 신장암 치료제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가 대표적인 사례다.
넥사바는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이 회사를 항암제 제조업체로 변신시킨 첫 작품이다.
넥사바는 암세포뿐 아니라 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내피세포까지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다중표적항암제'로,간암 치료제 중 먹는 형태로는 세계 최초다.
지난해 신장암 치료제로 출시했지만,간암을 다스리는 데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돼 최근 간암 치료제로도 허가를 받았다.
고혈압 고지혈증 등 심혈관계 분야의 강자인 화이자도 2006년 '수텐'(말산수니티닙)을 통해 항암제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지난해 국내에도 도입된 이 치료제 역시 암세포를 공격하는 동시에 암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까지 차단하는 다중표적항암제다.
알약 형태이며,신장암과 위장관기저종양(GIST) 등에 쓰인다.
최근에는 위암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간염과 백신 분야의 선두주자인 GSK도 지난해 출시한 유방암 치료제 '타이커브'(라파티닙)로 항암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말기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쓰이는 유일한 치료제로 올 하반기 중 국내에서도 판매될 전망이다.
이들 '항암제 시장의 신출내기'에 맞서 전통의 강호인 노바티스와 아스트라제네카 등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표적항암제인 '글리벡'을 개발한 노바티스는 조만간 글리벡 내성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차세대 백혈병 치료제인 '타시그나'(닐로티닙)를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현재 정부와 보험약가 협상을 벌이고 있는 BMS의 '스프라이셀(다사티닙)'과 '포스트 글리벡' 시장을 놓고 격돌하게 된다.
폐암 치료제 '이레사'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유방암 치료제 '파슬로덱스'(풀베스트란트)를 연내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항암제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미약품은 내년에 선보일 경구용 항암제 신약인 '오락솔'(파클리탁셀)로 항암제 시장에 도전할 채비를 갖췄으며,녹십자는 미국 아브락시스가 개발한 차세대 유방암 치료제인 '아브락산'을 들여와 연내에 판매할 계획이다.
중외제약은 항암제를 차세대 핵심 연구과제로 선정하고,한ㆍ미ㆍ일에 걸친 R&D(연구ㆍ개발) 네트워크를 활용해 표적항암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2010년 1조원 규모로 커질 국내 항암제 시장의 10%를 차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