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이 똑똑해졌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거나 집의 일부를 임대했더라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수시인출금 제도가 지난달부터 새로 도입된 것이다.

내달에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월 지급금을 매년 일정비율 늘리는 상품도 선보인다.

이제 주택 대출금 상환과 자녀 사교육비에 허덕이느라 부모님을 부양하기에 벅찬 40대 샐러리맨들이라면 과감히 주택연금 가입을 권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택연금,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수시인출금은 담보 대출이 있거나 임대 보증금이 소액이라도 이를 미리 갚지 못해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없었던 노인들을 위한 제도.금리가 출렁거리면서 기존 대출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특히 유리하다.

대출 한도의 30%까지,최대 9000만원 범위 내에서 말 그대로 언제든지 찾아 쓸 수 있는 수시 인출금을 이용해 기존 빚을 상환한 뒤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억원 주택 보유자의 경우 3843만원을 일시불로 빌려 빚을 갚더라도 월 60만원 가량의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주택 금융공사는 "수시인출금으로 기존 담보대출을 상환하면 월 지급금은 줄지만 기존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이 없어져 크게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면서 자식들에게 노후를 기댈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자녀들도 부모가 주택연금 제도를 통해 편안하고 여유있는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월 지급금을 매년 늘리는 상품도 내달 출시된다.

평생 똑같은 월 지급금을 받는 현행 상품과 달리 가입 초기에는 적게 받다가 매년 3%씩 금액을 늘려받도록 돼 있는 구조다.

다만 이 상품의 경우 약 10년 동안은 기존 방식보다 월 지급금이 적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자금 수요 등을 따져 선택해야 한다.


◆자녀보다 효도하는 주택연금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주택연금 가입자의 평균 프로필은 '수도권의 2억7700만원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매월 98만7000원의 노후 생활비를 받는 74세 노인'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까지 주택연금에 가입한 626건을 분석한 결과다.

100만원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국민연금 수령액 등을 감안하면 풍족하지는 않지만 쏠쏠하게 쓸 수 있는 수준이다.

아직까지 50만~100만원 미만이 전체의 37.3%로 가장 많지만 100만~150만원도 21.4%를 차지하고 있다.

신청자들이 담보로 내놓은 주택 가격은 서울 등 수도권은 2억7700만원,지방은 1억1900만원으로 나타났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84.3%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서울지역의 경우 집값이 비싼 강남.서초구보다는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강북 및 외곽지역 중심으로 이용자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주택연금 대상 주택이 6억원 이하로 한정돼 있지만 그만큼 중산층에 적합한 제도이기도 하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집에 대한 상속 관념이 강하고 집을 담보로 삼는 데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커 주택연금에 가입하고 싶은 노인들도 자식들의 눈치를 보기 마련"이라며 "주택연금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