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전후 여자에게 더 많이 나타나

2주 전부터 시작된 두통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응급실을 방문한 32세의 김모씨. 머리 전체에 뻗친 둔한 통증은 앉거나 일어설 경우 더욱 심했고 누워서 쉬면 가라앉았다. 목에서도 통증이 느껴졌고 약간의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도 나타났다. 진통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었다. 걱정이 돼 입원해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으로 정밀검사를 해보니 '자발성 두개 내 저압에 의한 두통'이었다.

이 두통은 뇌안의 압력이 정상보다 낮아져 움직일 때 뇌내 조직들이 아래쪽으로 쏠리면서 증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뇌에서 척추로 이어지는 척수의 어느 한 곳에서 척수액이 누출돼 뇌내 척수액 총량이 줄어들어 생긴다. 이에 따라 김씨는 자기 팔에서 채취한 피를 척수액이 누출되는 곳 바깥 쪽에서 주입해 출혈을 막아주는 '경막외 자가혈액 봉합술'을 받고 즉시 두통에서 해방됐다. 비교적 간단하며 효과도 극적인 치료였다.

이 두통은 2003,2004년만 해도 인구 10만명당 5명 정도에서 나타나는 드문 질환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2006년부터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그렇지 아주 드문 질환은 아니라는 견해가 국내외 의학계에서 대두되고 있다.

신화용 건국대병원 통증클리닉 교수는 "두개 내 저압에 의한 두통은 2 대 1의 비율로 여자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고 연령별로는 40세 전후에 가장 흔하다"며 "보통 2~16주가 지나면 저절로 다시 좋아지지만 재발이 잘 되므로,신경과에서 잘 해결되지 않는 두통일 경우에는 이 두통을 의심해볼 만하다"고 소개했다.

신 교수는 "침상에서 안정을 취하거나 수액을 보충하거나 부신피질 호르몬을 투여하는 대증요법이 일시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으나 두통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참기 힘든 경우에는 경막외 자가혈액봉합술을 능가할 만큼 효과가 신속하고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