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늦어지고 평균 수명은 길어지면서 이른바 '트리플 30'(30+30+30)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태어나 30년간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30세부터 60세까지는 활발한 경제적 활동을 한 뒤 나머지 30년은 은퇴 후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인생의 후반기 30년은 경제활동기인 30년에 달려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 준비 없이 노후를 맞닥뜨린다.

실제 만 35세 이상 49세 이하 연령층 중 60%가 은퇴준비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무방비로 은퇴를 맞이하게 되면 은퇴 후 30년은 악몽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찌감치 3040세대 때부터 '노(老) 테크'가 필요한 이유다.

5명의 은행 프라이빗 뱅커(PB)들로부터 '노년 빈곤'을 탈피할 수 있는 비결을 들어봤다.



◆은퇴 자금은 얼마나 있어야 하나

PB들은 은퇴 후 매달 생활비가 현재 가치로 200만원 정도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정병민 우리은행 PB팀장은 "적정한 노후 생활비는 은퇴 전 생활비의 70%가량"이라며 "은퇴 후 30년 동안 매달 200만원을 쓰려면 은퇴 시점에 8억6800만원의 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PB팀에 따르면 3040세대는 평균 37.5세를 은퇴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기로 보고 있으며, 평균 19.3년간 은퇴준비를 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필요한 자금인 8억원이 넘는 돈을 19.3년간 마련하려면 매달 200만원 가까이 저축을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가 상승률과 투자 수익률을 각각 3%와 5%로 가정하면 매달 218만원을 저축해야 한다.

투자수익률을 10%로 올릴 수 있으면 월 저축액 부담이 125만원으로 줄어든다.

공성율 국민은행 PB팀장은 "연 평균 수익률이 두 자릿수 이상이 되면 소득의 30~40% 정도만 저축해도 여유로운 노후를 맞이할 수 있다"며 "결국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추천할만한 노후대비 상품은

5명의 PB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한 노후 대비 상품은 변액보험과 은행의 연금신탁이다.

변액보험은 다양한 펀드를 선택하고 도중에 가입 펀드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금신탁은 노후대비뿐만 아니라 소득공제 혜택을 함께 받을 수 있어 좋은 투자 상품으로 추천받았다.

특히 변액보험에 노후대비 저축액의 50%를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었다.

위현정 신한은행 PB팀장은 "일반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변액보험 수익률보다 높을 수 있지만 펀드는 일정 수익률에 도달하면 대부분 은퇴 전에 환매를 하게 된다"며 "하지만 변액보험은 10~20년은 유지할 가능성이 커 노후대비 상품으로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위 팀장은 또 만기 전에 갑자기 돈이 필요하면 보험료를 중도 인출할 수 있고 10년 이상 유지 시 비과세 혜택을 유지할 수 있는 점도 변액보험의 강점으로 꼽았다.

반면 펀드로도 장기 적립식 투자를 할 수 있어 변액연금에 과도하게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김영훈 하나은행 PB팀장)도 있었다.

대부분의 PB들은 변액보험과 연금신탁에 노후대비 자금의 50%를 투자하라고 권했다.

김범석 외환은행 PB팀장은 "변액보험은 원금보장이 안되지만 연금신탁은 예금자 보호 대상 상품이어서 원금보장이 되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은퇴준비시 고려사항

PB들은 일단 노후자금 마련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은 아예 고려대상에서 빼라고 권고했다.

국민연금이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뀌는 데다 보수적으로 노후 대비 계획을 짜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또 부동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라는 충고도 많았다.

김범석 외환은행 팀장은 "주택 공급 과잉과 인구 감소로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위험이 있어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을 많이 확보하는 게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공성율 국민은행 팀장은 "은퇴를 늦추고 은퇴 준비는 서둘러야 한다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