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이르면 올 하반기 중 매물로 나올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추진키로 했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16일 "김승연 회장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 중심의 글로벌 기업그룹으로 재도약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며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하이닉스 인수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 아래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는 하이닉스 외에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널 CJ투자증권도 M&A 추진 가능 기업군으로 정했지만,M&A 경쟁이 치열한 대우조선 등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 대비해 하이닉스를 유력한 인수 대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2002년 대한생명 인수 이후 내실 다지기에 주력,추가 M&A를 자제해 왔다.

그러나 대우건설 대한통운 하이마트 등 M&A시장을 달궜던 유력 매물들이 경쟁 그룹들에 넘어가면서 한화그룹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고 판단,적극적인 M&A 추진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나와 있는 매물 인수를 한화가 글로벌 기업으로 재도약할 마지막 기회로 생각할 만큼 회장의 M&A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최근 "M&A에서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인수할 기업이 기존 한화의 사업구조에 얼마나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해외 수출 기반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내부 유보금과 보유 부동산 운용 등을 합치면 최대 3조원까지 확보할 수 있어 자금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전략적 파트너와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이면 2조~3조원은 쉽게 추가 조달할 수 있다는 게 한화 측의 계산이다.

하이닉스의 지분 36.05%를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이르면 하반기 중 하이닉스를 매각하기로 하고 원매자를 물색하고 있다.

16일 종가 기준으로 채권단 지분의 시가총액은 4조6027억원이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할 때 하이닉스 인수에는 5조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크레디스위스은행은 지난달 외환은행의 용역을 받아 하이닉스 인수 가능 기업 리스트를 작성,채권단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리스트에는 한화 외에 SK GS 현대중공업 등도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GS와 현대중공업 등은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을 최우선 인수 대상으로 점찍은 상태다.

손성태/장창민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