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들이 기업분할을 통해 지주사로 전환에 나서고 있다. 복잡한 사업구조를 단순화하고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겠 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각각이 추구하는 이유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풍산, 사업다각화와 부동산 개발위한 '포석'

17일 증시 전문가들은 풍산이 사업다각화와 부동산 개발사업에 나서기 위해 기업분할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했다.

풍산은 전날 풍산을 사업 지주 회사 형태의 풍산홀딩스와 기존 신동 사업부인 풍산으로 '인적분할'한다고 공시했다. 분할 비율은 풍산홀딩스 0.1582574, 풍산 0.8417426 이다. 또한 풍산의 스테인리스 사업부를 풍산특수금속(가칭)으로 물적분할해 풍 산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한다.

분할 후 기존의 상장 법인은 풍산홀딩스로 존속하고, 신설 법인인 풍산은 재상장 심사를 거쳐 유가증권 시장에 재상장된다. 또한 풍산특수금속은 비상장 회사로 풍산홀딩스의 자회사로 존속한다. 분할 후 풍산홀딩스는 5개의 자회사, 12개의 손자회사 를 보유한 지주회사가 된다. 지주회사 전환 후 풍산의 기존 주주들은 풍산홀딩스의 지분 15.8%와 풍산의 지분 84.2%를 보유하게 된다.

양기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 분할이 신동 사업부와의 연관성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기존의 풍산산업 동파이프, 기 계 사업 등은 풍산홀딩스의 사업부로 남게 된다"며 "이는 풍산홀딩스의 수입원 보완 효과를 기대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주회사는 동파이프 및 기계사업부로 부터의 수익, 풍산특수금속의 배당금 등을 통해 신사업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 애널리스트는 또한 이번 분할이 향후 부동산 개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특이한 점은 풍산특수금속의 물적 분할"이라며 "수익성이 높은 스테인리스 사업부를 분리해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한 이유는 향후 부평공장 개발 등을 고려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개발 기대감이 높은 부평공장에 있는 스테인리스 사업부를 풍산특수금속으로 분할한 것은 장기적으로 스테인리스 사업부를 포 승공단으로 이전하고 부평공장을 자체 개발 또는 매각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하이트맥주, 진로 재상장 부담&소주사업 부침 벗어나

전문가들은 하이트맥주의 지주사 전환이 진로 재상장으로 인한 재무적 부담을 덜고 소주사업의 부침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이트맥주는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그 영업가치에 대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2005년 진로를 인수한 이후 상장에 대한 재무적 부담이 주가를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진로 상장 전후 콜옵션과 풋옵션이 전부 행사된다면 하이트맥주는 7070억원을 들여 진로 지분 29.1%를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

최자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적분할로 인해 진로 재상장에 대한 재무적 부담은 하이트홀딩스가 안게 될 전망이며 신설법인인 주식회사 하이트맥주 주가는 향후 영업실적에 의해 평가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정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도 "하이트-진로 그룹의 총체적 리스크로서 잠재하던 진로 상장 리스크가 향후 출범할 지주회사로 귀속돼 신설 사업회사인 하이트맥주 주가 할인 요인이 제거 될 것"이라며 "신설 사업회사인 하이트맥주의 주가가 적정하게 평 가됏을 경우 오는 10월 초 상장 예정인 진로의 공모가가 더욱 높게 산정될 수 있는 기반이 확보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룹차원에서 지는 부담은 여전하기 때문에 이번 분할로 인한 영향은 적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민정 유진투자증 권 애널리스트는 "진로 상장과 관련한 재무적 부담이 하이트홀딩스에게 모두 이전되더라도 그룹차원의 부채규모나 리스크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진로의 재상장 지연, 지주회사의 재무적 부담(매수/매도선택권 행사 등으로)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기업분할로 소주사업의 부침이 하이트맥주에 영향을 주지 않게된다는 점도 분할의 한 이유로 분석됐다.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 리스트는 "현재는 소주사업의 부진/호조의 여파가 하이트맥주에 바로 연결되지만 기업분할 후에는 소주사업의 부진/호조가 하 이트맥주의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풀무원, 투자가들의 불만 수용(?)

이미 사업지주회사인 풀무원이 기업분할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사업구조가 복잡하고 기업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투자가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 11일 투자사업부문(가칭 풀무원홀딩스)과 투자부문을 제외한 식품사업부문(가칭 주식회사 풀무원)을 분리해 인 적분할 후 재상장한다고 공시했다. 분할비율은 풀무원홀딩스 0.39 : 주식회사 풀무원 0.61 이다. 생산자회사, 엑소후레쉬물류, 명가식품은 사업회사인 풀무원의 자회사가 되고 ECMD, 푸드머스, 풀무원녹즙 등은 풀무원홀딩스의 자회사가 된다.

백운목 애널리스트는 "이번 분할은 인적분할로 풀무원의 펀더멘털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서 기존 주주에게는 영향이 없지만 사 업구조가 과거보다 단순해졌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따라서 이번 인적분할은 사업구조가 복잡해 분석이 어렵고 경영의 투 명성이 떨어진다는 투자가의 요구(불만)를 일부나마 보완 또는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백 애널리스트는 또 투자부문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식품 생산, 판매에만 집중할 수 있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인적분할로 인해 자회사들의 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최자현 애널리스트는 "인적분할이 이미 지 주회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풀무원의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자회사들의 가치는 더욱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부문과 식품사업부문의 분할을 통해 경영효율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