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해 온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17일 이건희(66) 삼성 회장 등 관련자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의 경우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ㆍ김인주ㆍ최광해씨 등 4명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고, 비자금 의혹의 경우 이들 4명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불법로비 의혹의 경우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을 토대로 로비 대상자 등을 내사했지만 신빙성이 없거나 혐의점을 전혀 발견하지 못해 내사종결 처분했다.

기소 대상은 이건희 회장과 현명관(66) 전 비서실장, 이학수(61) 전략기획실장, 유석렬(57) 삼성카드 대표, 김인주(49) 전략기획실 사장, 김홍기(61) 전 삼성SDS 대표, 박주원(54) 삼성SDS 미국법인장, 최광해(52) 전략기획실 부사장, 황태선(60) 삼성화재 대표, 김승언(50) 삼성화재 전무 등 10명이다.

이 회장과 이학수ㆍ김인주ㆍ최광해씨에게는 특경가법상 배임과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가, 유석렬ㆍ김홍기ㆍ박주원씨에게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가, 황태선씨에게 특가법상 횡령 혐의가, 김승언씨에게 특검법 위반(증거인멸)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특검팀은 에버랜드 지배권을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전무에게 넘긴 `에버랜드 사건'에서 이 회장이 비서실의 보고를 받고 승인했으며, 비서실 재무팀의 주도로 불법적인 전환사채 발행 및 제3자(이재용씨 등) 배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삼성생명 지분 16%가 이건희 회장의 차명 지분임을 확인했고, 전략기획실이 삼성 임원들의 이름으로 관리하는 자금 대부분이 이 회장의 자금이며, 전체 규모는 삼성생명 2조3천억원을 포함해 4조5천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불법로비 의혹의 경우 로비를 담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삼성그룹 관계자 모두와 로비 대상자로 지목된 전현직 검찰 간부들이 로비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에서도 조직적인 로비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이밖에 특검팀은 삼성 비자금이 2002년 대선자금과 최고 권력층에 제공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삼성화재의 비자금 조성과 증거인멸 사건의 경우 삼성화재 재무책임자가 차명계좌를 이용해 미지급보험금을 활용해 9억8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마음대로 사용한 사실을 적발했다.

조준웅 특검은 "오늘 기소한 범죄사실은 배임 이득액이나 포탈세액이 모두 천문학적인 거액으로서 법정형이 무거운 중죄"라며 기소 이유를 밝혔다.

조 특검은 "그러나 이 사건은 재벌 그룹의 경영 및 지배구조를 유지.관리하는 과정에 장기간 내재돼 있던 불법행위를 현 시점에서 엄격한 법의 잣대로 재단해 범죄로 처단하는 것으로 전형적인 배임.조세포탈 범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불구속 기소 경위를 밝혔다.

조 특검은 "이번 수사가 삼성의 환부를 털어내 명실상부한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고 우리나라 기업 전체의 선진화를 이뤄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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