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외국 기업들이 떨고 있다.
티베트 사태로 중국인들 사이에 거세지고 있는 민족주의적 반외자 정서 때문이다.
'5월1일엔 까르푸,6월1일엔 KFC를 혼내주자' '거짓말쟁이 CNN' 등 외국 기업을 공격하는 말이 네티즌 사이에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저장성 정부는 까르푸 매장의 식품유통기한 준수 여부를 전면 조사키로 했으며,중국 외교부는 CNN이 중국을 깡패 집단으로 매도했다며 강도 높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와 네티즌 그리고 정부가 '반중국적 인식'을 가졌다고 여겨지는 외국 정부나 기업에 대해 집단적인 공세에 나선 셈이다.
이에 따라 외자기업들은 혹시 불똥이 튈까 바짝 엎드려 있는 분위기다.
대형 할인매장인 까르푸는 중국인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당하고 있다.
까르푸는 달라이 라마에게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초 노동절인 다음 달 1일 불매 운동을 벌이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이미 행동에 들어갔다.
평소 고객들로 붐비던 까르푸 매장은 썰렁해졌으며 일부 매장엔 시위대가 몰려든다는 소문도 나돈다.
또 프랑스의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 역시 달라이 라마를 지원했다는 설이 돌면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지난달 파리의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중국인 신혼부부가 낸 돈을 점원이 위조 지폐로 오인,알몸 수색을 당했던 사건도 다시 들춰지며 라파예트에 가지 말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돌고 있다.
미국 회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베이징올림픽 후원 업체인 코카콜라는 티베트 승려를 모델로 쓴 광고로 인해 불매 운동의 타깃이 됐다.
KFC는 티베트 사태와 직접 연관은 없지만 작년에 임금 착취로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이 다시 거론된다.
네티즌들은 중국의 어린이날인 6월1일 몸에 좋지도 않은 음식을 파는 외국 회사에 가지 말자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와 CNN 간 설전은 이런 반외자 정서를 더 부추기고 있다.
CNN 시사 프로그램의 앵커인 잭 캐퍼티가 중국인을 '폭력배'이며 '흉악범'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중국 정부가 연일 사과를 요구하자 CNN 측이 유감 성명을 냈지만 중국 외교부는 이를 거부했다.
정식으로 사과하라는 주장이다.
대학생인 천광샤오씨는 "서방 언론들은 중국의 시각에서 사물을 보려 하지 않는다"며 "중국인의 자부심과 자존심을 존중해주지 않는 데 대해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자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중국인을 대할 때 행동에 각별히 조심하고 눈에 띄는 마케팅 행사 등도 당분간 자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며 "소나기가 내릴 땐 밖에 안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베이징올림픽 후원 기업들의 말못할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엠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후원사들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라며 주주총회장 등을 방문해 중국에 반대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중국의 반외자 정서는 적어도 베이징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