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이 늙어가고 있다.
일부 대형 조선회사는 생산직 평균 연령이 50세에 육박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이로 인해 인건비 상승,산업재해 증가,신규인력 부족 등의 부작용도 심화되는 추세다.
잘 나가는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을 잠식할 악재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잉태되고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 생산직 평균연령 46세
한국조선협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7개 조선회사의 직원 평균 연령은 43세에 달한다.
현대중공업(45.4세) 대우조선해양(44세) 현대미포조선(41.7세) 등이 줄줄이 '불혹(不惑.40세)'을 넘겼다.
1990년대 중반 신규인력을 대거 충원한 삼성중공업만 30대 중반이었다.
생산직으로 범위를 좁히면 평균 연령이 더욱 높아진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사무직 평균 연령(2007년 기준)은 40.2세인 반면 생산직은 이보다 6살 가량 많은 46세에 이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990년대 초반 30대 중반이던 생산직 평균 연령이 최근 40대 중반을 넘어섰다"며 "매년 한 살씩 늘어나는 꼴"이라고 말했다.
중고령인력 퇴직유도 어려워
조선업체에 이렇게 고령 인력이 많은 이유로는 조선업 특유의 기술습득 방식이 꼽힌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조선업 기술은 대부분 몸으로 익힌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몸에 배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나이가 들어야만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의 경우 강력한 노조로 인해 중고령 인력의 퇴직 유도가 어렵다는 것도 평균 연령을 높이는 요인이다.
국내 한 조선업체의 경우 2005년 생산직 퇴사율이 정년퇴직자를 제외할 경우 0.8%에 불과할 정도다.
젊은 피를 수혈하려고 해도 마땅한 인력이 없다.
그동안 기능 인력의 주요 창구였던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취업보다 진학을 선호하면서 이런 현상은 심화되는 추세다.
실업계 고교생의 대학 진학자 수는 1995년 이후 연평균 7.6% 증가한 데 반해 취업자수는 12.8% 줄었다.
재교육.노하우 전수 등 보완책 시급
직원 고령화는 조선업체의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작년 평균 연봉은 6663만원으로 전년 대비 14.2% 증가했다.
삼성중공업도 6530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8.3% 늘었다.
대우조선해양의 평균 급여액은 전년 대비 20.4% 상승한 661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런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는 국내 '빅 3' 조선사의 평균 연봉이 7000만원대에 올라설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의 급여가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은 근본적인 이유는 장기 근속한 직원들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령화는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산업재해 발생도 증가 시킨다,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원들의 연령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어려운 작업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50세 이상 직원의 재해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 제조업 평균이 24.1%인데 반해 조선업은 31.3%에 달했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국내 인구의 전반적인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당분간은 중장년층 기능 인력들을 중심으로 선박건조 현장을 끌고 갈 수밖에 없다"며 "재교육이나 재고용 등을 통해 숙련 중장년 기술직들이 수십년간 쌓아온 노하우가 사장되지 않고 제대로 전수되도록 하는 보완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