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길잡이] 권호걸의 통합논술 뽀개기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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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은 옳고 그름을 함께 밝히는 것
글쓰기 21계명
다섯번째 원칙 ; 비판은 반박과 옹호를 모두 함축한다.
오늘 살펴볼 내용은 비판에 관해서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글을 보면 '비판하라'는 요구와 '반박하라'는 요구를 동일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문에 학생들은 '비판하라'는 요구를 받으면 당연히 반박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비판과 반박은 엄연히 다른 요구다.
그러므로 실제 문제를 풀 때에는 이 두 가지를 잘 구별해서 풀어야 한다.
우선 비판의 사전적 정의를 보자.
비판 ; 사물의 옳고 그름을 가리어 판단하거나 밝힘.
선생님이 생각하기에 이보다 더 '비판'이라는 뜻을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조금 더 정리해보자. 보통 논제는 'A의 입장에서 B를 비판하라'는 식의 유형으로 출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A의 입장에서 B의 잘못된 점만을 말하라는 요구는 아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옳은 점은 이것이고,그른 점은 저것'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 좋다.
다음 문제를 보자.
[가]
할아버지가
담뱃대를 물고
들에 나가시니
궂은 날도 곱게 개이고,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시니,
가문 날도
비가 오시네.
[나] Human beings are justified just in so far as their lives are invested with value.
To invest one's life with value,one must,of course,have certain developed abilities - in particular,abilities to be productive,that is,to make a profit.
㉠ So possession of these developed abilities is a minimal condition for a human life to have value.
Hence,human beings lacking the requisite developed abilities lack lives with a value of their own.
It is a sad but undeniable fact that the elderly belongs to the category of such human beings.
[다] 제발 노인을 공경하지 말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 연민과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보살펴야 할 대상으로 노인,노인 집단을 규정하는 그 순간,그 의식 안에서 진짜 '노인 문제'가 발생한다.
일흔다섯의 나이에 세계가 놀랄 만한 영화를 만들어 낸 노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노인 문제'는 뭘까?
삼성그룹의 노인 이건희는 어떤 '노인 문제'로 고통 받고 있을까?
깡패 노인이 있고 선량한 노인이 있다.
부자 노인이 있고 가난한 노인이 있다.
옹졸한 노인이 있고 너그러운 노인이 있다.
세계는 넓어서 할 일이 많은 노인이 있고 장기 두고 막걸리 마시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는 노인이 있다.
튼튼한 노인이 있고 병든 노인이 있다.
쿨하고 샤프한 노인이 있고 주책없고 덜 떨어진 노인이 있다.
그들에게는 살아온 햇수가 많다는 것 말고는 노인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기에 마땅한 어떤 공통점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노인은 없다.
[라]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노인 복지 정책의 기본 골격은 '선(先)가정,후(後)복지'의 원칙으로 표명돼 왔다.
물론 이 같은 정책 기조는 노인 부양 의식이 강했던 우리 사회의 전통적 배경과 문화적 규범에 근거한 것이고, 또 이것은 우리 국민의 정서에도 맞을 뿐만 아니라 개인주의 사상이 뿌리 깊은 서구사회에서도 최근에 와서는 가족 중심의 노인 복지 정책을 새삼스럽게 펼쳐 나가는 것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선(先)가정보호,후(後)사회복지'의 원칙은 외형상으로는 우리 국민의 가치관과 의식구조에 합당해서 그럴듯하게 보이나 사실 이것은 가족의 지원을 통해 노인 복지의 제고를 꾀하는 것이 아니고 노인 복지를 가족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불행한 일이다.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제) 다음 통계 결과를 이용하여 [라]의 논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시오.(150자 이내) [12점]
이 문제는 이대 2006년 언어 논술 모의고사 문제다.
'비판적으로 검토하시오'가 문제의 요구사항이다.
물론 '비판하시오'와 '비판적으로 검토하시오'는 다소간의 뉘앙스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비판'이라는 부분을 이해하는 데 좋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살펴보기로 하자.
제시문 (라)의 논지는 우리나라의 '선 가정 보호,후 사회 복지'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일견 국민의 일반 정서에 부합한 듯 보이지만,실제로는 국가가 담당해야 할 짐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표를 살펴보면 두 가지 특이사항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노부모의 부양 주체를 가족이라고 보는 응답자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는 (라)가 문제시하는 '노부모를 가족이 부양하는 것이 일반 국민적 감정에도 부합한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서 쓰일 수 있는 부분이다.
또 하나는 노부모의 부양을 가족과 정부와 사회가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연령대가 젊은층에서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선 가정 보호,후 사회 복지'라는 정부의 정책의 방향이 바뀌어져야 할 필요성을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대학 측이 발표한 모범 답안을 보자.
[우수 답안 1]
글 (라)에서는 '선(先) 가정 후(後) 사회'의 원칙을 노인 복지를 가정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행위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 논지를 증명이라도 하듯 노인 부양의 주체를 '가족'이라고 한 응답이 3분의2를 넘지만,연령이 낮아질수록 '가족과 정부와 사회'가 공동으로 담당해야 한다는 응답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글 (라)의 지적처럼 '선 가정 후 사회' 정책은 실질적인 노인 부양 주체,즉 젊은층을 감안하는 합리적 방법과 시대적 변화를 외면하는 것이다.
[우수 답안 2]
젊은 연령층일수록 가족,정부,사회의 공동부양지지 비율이 다소 높아진다고 해서 [라]에서처럼 '선 가정 후 사회' 정책을 노인 복지를 가족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가족이 노인 부양을 담당해야 한다는 답변이 전체적으로 60%를 상회하는 점으로 보아 이 복지 정책은 확실히 우리 국민의 정서와 의식 구조에 부합한다.
다만 시대 흐름에 따라 다소 정책의 변화가 요구될 뿐이다.
두 답안 모두 대학이 우수하다고 공개한 것들인데,어떤가?
무조건 반박하는 내용만으로 구성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실제 논술 문제를 살펴보면 '비판하라'는 논제에도 불구하고 위의 문제처럼 양 방향으로 쓸 수 있기보다는 '반박'밖에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학 교수들이 두 가지 논제를 엄격히 분리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알고 안 쓰는 것과 모르고 못 쓰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여하튼 우리는 원론적인 부분을 살펴보고 그것을 응용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비판'과 관련된 논제가 나오면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들을 잘 살려 대처하기 바란다.
권호걸 한경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mega@eduhankyung.com
글쓰기 21계명
다섯번째 원칙 ; 비판은 반박과 옹호를 모두 함축한다.
오늘 살펴볼 내용은 비판에 관해서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글을 보면 '비판하라'는 요구와 '반박하라'는 요구를 동일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문에 학생들은 '비판하라'는 요구를 받으면 당연히 반박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비판과 반박은 엄연히 다른 요구다.
그러므로 실제 문제를 풀 때에는 이 두 가지를 잘 구별해서 풀어야 한다.
우선 비판의 사전적 정의를 보자.
비판 ; 사물의 옳고 그름을 가리어 판단하거나 밝힘.
선생님이 생각하기에 이보다 더 '비판'이라는 뜻을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조금 더 정리해보자. 보통 논제는 'A의 입장에서 B를 비판하라'는 식의 유형으로 출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A의 입장에서 B의 잘못된 점만을 말하라는 요구는 아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옳은 점은 이것이고,그른 점은 저것'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 좋다.
다음 문제를 보자.
[가]
할아버지가
담뱃대를 물고
들에 나가시니
궂은 날도 곱게 개이고,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시니,
가문 날도
비가 오시네.
[나] Human beings are justified just in so far as their lives are invested with value.
To invest one's life with value,one must,of course,have certain developed abilities - in particular,abilities to be productive,that is,to make a profit.
㉠ So possession of these developed abilities is a minimal condition for a human life to have value.
Hence,human beings lacking the requisite developed abilities lack lives with a value of their own.
It is a sad but undeniable fact that the elderly belongs to the category of such human beings.
[다] 제발 노인을 공경하지 말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 연민과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보살펴야 할 대상으로 노인,노인 집단을 규정하는 그 순간,그 의식 안에서 진짜 '노인 문제'가 발생한다.
일흔다섯의 나이에 세계가 놀랄 만한 영화를 만들어 낸 노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노인 문제'는 뭘까?
삼성그룹의 노인 이건희는 어떤 '노인 문제'로 고통 받고 있을까?
깡패 노인이 있고 선량한 노인이 있다.
부자 노인이 있고 가난한 노인이 있다.
옹졸한 노인이 있고 너그러운 노인이 있다.
세계는 넓어서 할 일이 많은 노인이 있고 장기 두고 막걸리 마시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는 노인이 있다.
튼튼한 노인이 있고 병든 노인이 있다.
쿨하고 샤프한 노인이 있고 주책없고 덜 떨어진 노인이 있다.
그들에게는 살아온 햇수가 많다는 것 말고는 노인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기에 마땅한 어떤 공통점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노인은 없다.
[라]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노인 복지 정책의 기본 골격은 '선(先)가정,후(後)복지'의 원칙으로 표명돼 왔다.
물론 이 같은 정책 기조는 노인 부양 의식이 강했던 우리 사회의 전통적 배경과 문화적 규범에 근거한 것이고, 또 이것은 우리 국민의 정서에도 맞을 뿐만 아니라 개인주의 사상이 뿌리 깊은 서구사회에서도 최근에 와서는 가족 중심의 노인 복지 정책을 새삼스럽게 펼쳐 나가는 것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선(先)가정보호,후(後)사회복지'의 원칙은 외형상으로는 우리 국민의 가치관과 의식구조에 합당해서 그럴듯하게 보이나 사실 이것은 가족의 지원을 통해 노인 복지의 제고를 꾀하는 것이 아니고 노인 복지를 가족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불행한 일이다.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제) 다음 통계 결과를 이용하여 [라]의 논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시오.(150자 이내) [12점]
이 문제는 이대 2006년 언어 논술 모의고사 문제다.
'비판적으로 검토하시오'가 문제의 요구사항이다.
물론 '비판하시오'와 '비판적으로 검토하시오'는 다소간의 뉘앙스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비판'이라는 부분을 이해하는 데 좋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살펴보기로 하자.
제시문 (라)의 논지는 우리나라의 '선 가정 보호,후 사회 복지'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일견 국민의 일반 정서에 부합한 듯 보이지만,실제로는 국가가 담당해야 할 짐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표를 살펴보면 두 가지 특이사항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노부모의 부양 주체를 가족이라고 보는 응답자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는 (라)가 문제시하는 '노부모를 가족이 부양하는 것이 일반 국민적 감정에도 부합한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서 쓰일 수 있는 부분이다.
또 하나는 노부모의 부양을 가족과 정부와 사회가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연령대가 젊은층에서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선 가정 보호,후 사회 복지'라는 정부의 정책의 방향이 바뀌어져야 할 필요성을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대학 측이 발표한 모범 답안을 보자.
[우수 답안 1]
글 (라)에서는 '선(先) 가정 후(後) 사회'의 원칙을 노인 복지를 가정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행위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 논지를 증명이라도 하듯 노인 부양의 주체를 '가족'이라고 한 응답이 3분의2를 넘지만,연령이 낮아질수록 '가족과 정부와 사회'가 공동으로 담당해야 한다는 응답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글 (라)의 지적처럼 '선 가정 후 사회' 정책은 실질적인 노인 부양 주체,즉 젊은층을 감안하는 합리적 방법과 시대적 변화를 외면하는 것이다.
[우수 답안 2]
젊은 연령층일수록 가족,정부,사회의 공동부양지지 비율이 다소 높아진다고 해서 [라]에서처럼 '선 가정 후 사회' 정책을 노인 복지를 가족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가족이 노인 부양을 담당해야 한다는 답변이 전체적으로 60%를 상회하는 점으로 보아 이 복지 정책은 확실히 우리 국민의 정서와 의식 구조에 부합한다.
다만 시대 흐름에 따라 다소 정책의 변화가 요구될 뿐이다.
두 답안 모두 대학이 우수하다고 공개한 것들인데,어떤가?
무조건 반박하는 내용만으로 구성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실제 논술 문제를 살펴보면 '비판하라'는 논제에도 불구하고 위의 문제처럼 양 방향으로 쓸 수 있기보다는 '반박'밖에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학 교수들이 두 가지 논제를 엄격히 분리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알고 안 쓰는 것과 모르고 못 쓰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여하튼 우리는 원론적인 부분을 살펴보고 그것을 응용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비판'과 관련된 논제가 나오면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들을 잘 살려 대처하기 바란다.
권호걸 한경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mega@ed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