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에버랜드 사건 등과 관련해 배임과 조세 포탈,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학수 전략기획실장 등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 9명도 배임 등의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삼성그룹 의혹을 수사해온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17일 이 회장 등 10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내용을 발표하고 총 99일간의 수사를 종결했다.

기소 대상은 이 회장과 현명관 전 비서실장,이학수 실장,유석렬 삼성카드 대표,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김홍기 전 삼성SDS 대표,박주원 삼성SDS 미국법인장,최광해 전략기획실 부사장,황태선 삼성화재 대표,김승언 삼성화재 전무 등이다.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특검팀은 이 회장 등에게 에버랜드 및 삼성SDS 사건과 관련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의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현저하게 싼 가격에 발행해 이재용 전무 등 자녀에게 넘겨 삼성그룹 지배권을 이전하려 했다는 혐의다.

특검팀은 또 삼성 전.현직 임직원 명의의 계좌 추적 결과 삼성생명 지분 16%가 이 회장의 차명 지분이고 그 전체 규모는 4조5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전략기획실 재무 라인 임원들이 1199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 주식을 사고 팔아 남긴 차익 5643억원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 1128억원을 포탈했다고 덧붙였다.

조준웅 특검은 "(삼성의 양도소득세 포탈은)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둘러싼 현실적 여건과 법적.제도적 장치 간 괴리 또는 부조화 측면이 한몫했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삼성의 범죄사실은 재벌그룹의 경영 및 지배구조를 유지.관리하는 과정에 장기간 내재돼 있던 불법 행위를 현 시점에서 엄격한 법의 잣대로 재단해 처단하는 것은 전형적인 배임.조세 포탈 범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며 불구속 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특검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이순동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은 "오랫동안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특검 수사를 계기로 사회 각계 각층의 의견을 들은 뒤 내주 중 기자회견을 열어 쇄신안을 발표하겠다"는 삼성 측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