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다음주 초에 특검수사 결과에 따른 쇄신책을 발표하기로 함에 따라 그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1일 특검에 재소환된 이건희 회장은 "특검 이후 경영체제와 경영진 쇄신을 검토하겠다"며 강도 높은 쇄신책을 예고했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쇄신책을 내놓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며 "내주 발표할 쇄신책은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물급 외부 경영인 영입할까

지난 11일 이 회장의 쇄신 발언 이후 삼성은 "쇄신책의 방향은 특검수사를 통해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에 대한 대책이 주종을 이룰 것"이라고 밝혀왔다.

이에 비춰볼 때 삼성의 쇄신책은 △투명성 제고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의혹 해소 △전략기획실 기능 재편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영투명성과 관련,그룹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경영진 교체를 점치는 분위기다.

투명경영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외부 경영인을 영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영입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러나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데려오기보다는 전자와 금융 등 그룹 내 소그룹 체제를 더욱 강화하거나 계열사별 자율경영 시스템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둘 가능성도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영승계ㆍ전략기획실 해법도 관심

경영승계 문제와 관련한 깜짝 쇄신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삼성이 경영승계에 대한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현재의 순환출자형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 방법은 계열사 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출자 구조를 한꺼번에 정리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삼성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이 보다 현실적이면서 비판여론도 잠재울 수 있는 대안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특검에서 경영승계 과정의 위법성을 지적한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전략기획실에 대한 쇄신책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전략기획실의 이름을 바꾸고 역할을 축소시키는 방안,삼성전자 소속으로 편제를 바꿔 분위기를 일신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잃어버린 6개월 다신 없어야"

삼성그룹은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해 "이제부터가 고난의 시작"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건희 회장 등 핵심 경영진이 기소를 면치 못함에 따라 대외적으로 엄청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특히 해외 유력 기업들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파트너 기업들이 특검의 기소 조치를 확대 해석해 소니의 LCD 협력 중단과 같은 '돌발 행동'을 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지난 10년간 반(反)삼성 여론 등 정서법과 떼법으로 경영의 발목을 잡혀 왔다"며 "특검 수사를 끝으로 더 이상 경영 외적인 요인에 발목이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비자금 문제가 불거져나온 작년 10월 이후를 '잃어버린 6개월'로 부르며 후유증 치유에 대한 고민도 제기되고 있다.

특검 수사의 여파로 임직원들에 대한 정기 승진인사도 못했고,연초 사업계획에 손도 대지 못하면서 직원들의 동요도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사업 차질도 현실화됐다.

LCD패널 분야의 든든한 협력 파트너였던 일본 소니가 삼성을 등지고 10세대 패널 사업을 샤프와 함께 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일단 수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향후 경영차질을 최소화하는 데 그룹의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그동안 미뤘던 임직원 인사를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신규 투자 등 경영계획도 이르면 다음 달 중에 확정짓기로 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