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수사 결과가 발표된 17일 삼성그룹 17개 상장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강세를 보였다.

수사 결과가 투자자들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데다 특검으로 인해 위축됐던 경영활동이 곧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앞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삼성생명 상장 등이 적극 추진되면서 특검 이후 주가에 '약'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검 기간에도 주가는 강세

17일 증시에서 삼성그룹 17개 종목(보통주 기준.7개 우선주는 제외) 가운데 16개가 뛰었다.

삼성정밀화학이 5.18% 오른 것을 비롯 삼성증권(4.07%) 삼성화재(3.40%) 삼성SDI(1.68%) 삼성전기(1.36%) 등이 동반 상승했다.

삼성테크윈만 유일하게 소폭(0.77%) 하락했다.

특검수사 기간에도 삼성그룹주는 대부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삼성그룹 24개 상장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은 특검 수사가 시작된 지난 1월10일 14.56%에서 이날 현재 17.71%까지 높아졌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룹 오너와 관련된 사안이 기업의 본질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을 이젠 투자자들도 잘 알고 있다"며 "최근 삼성그룹주가 강세를 보인 것도 특검 영향보다는 반도체 경기 회복과 연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자금 폭로 이후 한때 자금 유출로 곤욕을 치렀던 삼성그룹주펀드도 그동안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보여왔다.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일반 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은 -7.02%인 데 반해 삼성그룹주펀드는 0~4%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나타냈다.


◆올 1분기 실적 탄탄

삼성그룹주의 강세는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경우 엔화 및 대만달러 강세로 대외환경이 유리해진 데다 휴대폰 디지털TV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분야에서 수익성이 개선되며 기존 사상 최고 실적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가량 늘어난 1조7211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60% 늘어난 데 이어 2분기에도 환율 수혜로 인한 카메라 모듈 부문 수익성 개선으로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1분기 삼성전자와 유통망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등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2분기부터 이 같은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이 밖에 LCD부품 업체인 에이스디지텍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중공업도 영업이익이 1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배구조 개선은 장기적 호재

이번 특검 종결은 장기적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가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만간 주가 부양 정책 등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서도원 한화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현금배당 규모를 50% 늘린 데 이어 그룹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이나 고배당 등의 정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생명의 상장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박석현 메리츠증권 선임연구원은 "현행법상 금융지주회사가 산업자회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해 삼성생명의 상장이 늦춰져 왔다"며 "에버랜드와 다른 자회사 간의 출자 관계가 정리된다면 삼성생명의 상장도 훨씬 수월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태완/임상택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