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남단의 '흑진주'…프리미엄 휴식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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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老丈)의 노랫가락이 구성지다.그는 지붕 덮인 물소달구지 앞자리에 마주앉아 있다.
오른쪽 허리춤에서 왼쪽 어깨로 비스듬히,'산신'(三線)이란 악기를 품어 안고 있다.
산신은 이곳 오키나와의 민속악기.작고 둥근 울림통에 달린 긴 목이 더욱 가냘퍼 보이는 세 줄 현악기다.
그는 쭈글쭈글 새카맣게 탄 손가락으로 산신의 팽팽한 현을 뜯고 있다.
산신의 장식 없는 음색은 뜻밖에 명징하다.나이가 들어 하릴없이 어금니가 빠진 듯 볼이 홀쭉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노랫말들이 그 장단에 맞춰 느릿하게 춤을 춘다.
노래 제목은 '눈물이 줄줄'.오키나와 민요에 노랫말을 붙인 것이라는데 우리 트로트 가락과 비슷하다.
누이동생이 빛바랜 사진첩을 넘기며 오래 전 먼저 간 오빠를 눈물로 그리워한다는 내용으로 같은 제목의 영화(눈물이 주룩주룩)로도 만들어졌다.
■물소의 발걸음을 닮은 느림의 미학
뒤통수 쪽으로 둥글게 휜 날카로운 뿔의 시커먼 물소도 노래에 취한 듯 발걸음이 무겁다.
출발 전 그 커다란 눈에 그렁그렁 했던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고개를 밑으로 쳐박은 채 용을 쓰는 물소의 네 발과 달구지에 달린 트럭바퀴에 바닷물이 찰랑거린다.
물소달구지는 지금 바다를 건너는 것이다.
이리오모테(西表)섬에서 바로 앞 유부(由布)섬까지의 아주 얕은 바다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여서 신발을 벗고 걸어갈 수도 있지만 관광객들은 이 물소달구지에 오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바다를 건너는 물소달구지는 일본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것이어서다.
오키나와 이리오모테섬의 정서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체험거리란 점에서도 그렇다.
■모든 게 일본 열도 최남단
우리나라 제주도처럼 돌담이 많은 이시가키(石垣)섬에서 배로 40분 거리에 있는 이리오모테섬은 모든 게 일본 열도 최남단이다.
항구에서 관광버스를 타자마자 내려 들르는 기념품 가게 옆 왕복 2차선 T자형 갈림길의 신호등이 일본 최남단 신호등이다.
안내인을 겸한 관광버스 기사가 제일 먼저 설명하는 '볼거리'다.
'땅끝'이 주는 느낌이 다 그러하듯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 같은 파란색 신호등 빛이 쓸쓸해 보인다.
이리오모테섬 온천 역시 일본 열도 최남단 온천이다.
호텔도 있어 며칠을 머물며 온천욕으로 휴양할 수 있는 이 온천은 노천탕이 넓다.
제법 큰 수영장에 이어지는 널찍한 야외온천 구역에 정자형태의 노천탕(야마네코탕)과 지붕 없는 욕조 형태의 노천탕이 이웃해 있다.
수영복을 입고 남녀 같이 즐기는 노천탕이다.
작은 실내 욕장에도 더 작은 노천탕이 붙어 있다.
일본의 근사한 온천장에 비하면 형편없는 시설이지만 일본 열도 최남단의 온천이라서인지 일본인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섬은 이곳에만 산다는 '야마네코'(산고양이)로도 유명하다.
고양이 인형 기념품이 많이 보이는 까닭이다.
야생의 고양이인데 지금은 한 90마리쯤 남아 있다고 한다.
야마네코박물관에 가면 비디오를 통해 뱀도 잡아먹는 야마네코의 야성을 볼 수 있다.
나카마강 생태유람도 필수코스.바닷물과 강물이 교차하는 강가에 서식하는 맹그로브 나무 숲을 볼 수 있다.
반환점에 아주 희한한 나무가 있다.
밑둥의 뿌리가 접이식 부채처럼 펼쳐져 지상으로 드러난 모습이 괴이하다.
수령 400년의 이 나무는 일본의 거목 100선에도 꼽혀 있다.
물론 카누도 즐길 수 있으며 잠수정을 타고 물밑으로 들어가 '일본의 갈라파고스'라고 하는 바다의 속살도 구경할 수 있다.
■한국에서 제일 가까운 클럽메드 카비라 리조트
오키나와 섬 관광의 전초기지격인 이시가키섬에는 클럽메드 카비라 리조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까운 클럽메드 리조트로 일본인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이 보인다.
클럽메드의 새로운 컨셉트인 '행복'을 찾는 이들이다.
리조트 내 3층 높이의 객실동은 오키나와식 붉은 지붕으로 덮여 있어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울린 두 개의 전용해변도 그림같다.
GO(리조트 상주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스노클링,스쿠버다이빙은 물론 카약,윈드서핑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서커스 기술도 배울 수 있고 산악자전거 체험프로그램으로 체력도 다질 수 있다.
골퍼들은 역시 일본 최남단 골프장인 코하마섬 골프장에서 바다를 향해 샷을 날릴 수 있다.
매일 주제를 달리하는 GO들의 공연무대는 밤시간을 기다리게 만든다.
공연 뒤의 간이바자는 매번 폭탄세일이다.
경비에 다 포함된 식사도 정말 좋다.
신선한 회,오키나와산 자색 고구마,통삼겹살 등 일본의 웰빙 요리를 무제한 즐길 수 있다.
바에서도 음료와 스낵도 따로 돈을 낼 필요가 없다.
그게 클럽메드가 자랑하는 '프리미엄 올 인쿨루시브' 서비스의 핵심이다.
오키나와=글ㆍ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