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 일대의 호텔들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최장 11일에 이르는 일본의 '골든 위크'(26일~5월6일)에 몰려들 일본인 관광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이비스 앰배서더 명동의 5월 일본인 예약자 수는 18일 현재 4524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7%나 늘었다.

이 호텔의 이창영 객실팀장은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방 배달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포함해 일본인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 점검에 시간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일본 개별 여행객이 선호하는 명동 세종호텔도 마찬가지다.

일본인 관광객의 5월 객실 예약률이 평상시 60~70%에서 70~80%대로 치솟았다.

이 호텔의 조주보 판촉팀장은 "외국인 관광객의 호텔 홈페이지 클릭 수도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18만여 회를 기록하는 등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유류할증료와 항공료 인상으로 올 들어 감소 추세를 보여온 일본인 관광객이 골든 위크를 기점으로 반등할 조짐이다.

원ㆍ엔 환율이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데다 봄 연휴 기간이 길게는 11일이나 돼 한국을 찾는 일본인 여행객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 해외마케팅실의 권병전 일본팀장은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는 올해 골든 위크에 한국을 찾을 일본인 관광객이 7만4000여명으로 예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유류할증료와 함께 항공료가 인상돼 일본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올 들어 15% 가까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방한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난해 4월 100엔당 770원 선이던 환율이 올해는 970원대(18일 현재)로 26%나 뛰어,한국을 찾는 일본인 여행객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진 점도 일본인 관광객 증가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일본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여행) 여행사들의 패키지 상품 판매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세일관광의 최병호 이사는 "골든 위크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2000명의 일본인 관광객 예약을 받아 놓았다"면서 "엔화 강세 추세가 고착되면서 가격에 민감한 일본인들의 방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롯데관광의 이석준 부장은 "지난해 8만5000명에서 올해는 10만명 선의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목표하고 있다"며 "골든 위크 기간의 일본인 관광객 동향에 따라 목표 달성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인과 함께 중국인 여행객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중국 정부가 노동절 연휴를 3일(5월1∼3일)로 줄였지만 방한 여행객은 15%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8일 현재 1위안당 143원으로 1년 전보다 20%나 상승한 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해외마케팅실의 안득표 중국팀장은 "5월에도 전년 대비 15~20%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인바운드 전문 창스여행사 수배팀의 신영준씨는 "5월 초 노동절 연휴의 패키지 팀을 베이징에서만 150명을 받았다"며 "중국 정부가 지난 2월 관광 목적의 제주 방문에 대해 무사증 출국을 전면 허용하는 등 중국인 관광객 유치 환경이 좋아져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