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1등 인터넷 포털이라도 차이가 있죠.한국에는 반(反) 네이버(NHN) 정서가 꽤 넓게 형성돼 있지만 일본 1등인 야후재팬은 안티 팬이 거의 없습니다."

14일 늦은 저녁.직장인들이 자주 찾는다고 해서 '오야지(아저씨) 거리'로 불리는 도쿄 신바시(新橋)에서 만난 현지 파워 블로거 A씨는 네이버 비판으로 말문을 열었다.

"모든 게 자기 위주예요.일본 애니메이션에 관해 쓴 제 글을 네이버 블로거가 퍼갔다고 가정해 보죠.검색란에 '일본 애니메이션'을 쳐넣으면 저작권을 가진 제 블로그가 아니라 짝퉁을 올린 네이버 블로그가 먼저 검색됩니다."

A씨는 "야후재팬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온라인 검색시장 점유율 80%를 웃도는 네이버가 독점욕 때문에 안티 정서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철수연구소가 지난 10일 네이버의 무료백신 서비스 'PC그린'에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엔진을 제공키로 했던 종전 입장을 철회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회사 관계자는 "PC그린이라는 네이버 브랜드만 남고,우리 브랜드는 사라지는 것 아니냐"며 "상황이 아주 흡사한 구글의 경우 백신 업체인 노튼이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게 지원해 준다"고 설명했다.

결국 '네이버 공화국'의 전횡에 반기(反旗)를 든 것이 백신제공 철회라는 방식으로 표출된 셈이다.

최근에 만난 네이버 고위 관계자는 "프랑스 미국 일본 스페인 등 세계 주요 나라에선 1위 검색 사이트의 시장 점유율이 최소 60%를 넘는다"며 "왜 하필이면 한국 정부(공정거래위원회)만 인터넷 포털 시장을 규제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수천개의 기업들과 거래를 하면서 불공정 거래행위로 달랑 세 가지만 지적받은 것은 오히려 깨끗하다는 방증이 아니냐"는 해명도 덧붙였다.

정말 규제의 이유를 모르는 것일까.

쉬파리가 슬어 놓은 쉬가 이곳 저곳에서 보이는데도 신선한 생선이라고 강변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은 아닌지 되새겨 볼 일이다.

해외 진출을 앞둔 시점이라면 네티즌이나 협력업체들과의 '상생 경영'에 더욱 힘써야 할 텐데도 말이다.

도쿄=박동휘 산업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