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쇠고기 협상이 18일 타결됨에 따라 2003년 12월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이 전면 중단됐던 미국산 갈비를 3년 반 만에 다시 국내로 들여올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 측 비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기 하루 전 양국 간 최대 쟁점을 풀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하지만 타격을 입게 된 축산농가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당장 한우협회는 이날을 '국민 먹거리 안전성 국치일'로 규정하며 대규모 반대집회를 예고했다.

정상회담 전에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실리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온다.

◆사실상 전면 개방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부위'와 '연령'이라는 두 가지 핵심 제한을 사실상 모두 풀었다.

우선 부위에 관한 제한,즉 '뼈없는 살코기만 허용한다'는 기존 규정은 수입위생조건 개정과 동시에 없애기로 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권고하는 대로 광우병위험물질(SRM)과 머리뼈ㆍ등뼈에 붙은 고기만 빼고 모든 부위의 수입을 허용했다.

미국산 LA갈비와 티본 스테이크 뿐 아니라 곱창도 들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연령에 대한 제한,즉 '태어난 지 30개월 미만인 소만 허용한다'는 규정은 유보조항을 달아 효력을 없앴다.

미국이 '동물성 사료에 대한 금지강화 조치'를 연방관보에 게재하는 대로 30개월령 이상 소도 수입을 허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당장 내일 '금지강화 조치'를 공포하면 연령 제한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이다.

한국 측 협상대표였던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도 "미국은 아마도 9일 정도 후에 연방관보에 공포할 것"이라고 밝혀 연령제한이 조기에 풀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미 FTA 비준 힘받을 듯

쇠고기 협상 타결은 미국 의회의 한ㆍ미 FTA 비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다수인 미국 의회가 그동안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을 FTA 비준을 위한 사실상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부도 한ㆍ미 FTA 협상 타결 직후부터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FTA 이행법률안 제출과 통과는 없다"고 압박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방향으로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만큼 한ㆍ미 FTA 비준을 위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방미중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쇠고기 협상 타결이 한ㆍ미 FTA 비준에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농민들의 지원 없이는 어느 나라도 자유무역 정책을 펴기가 어려운데 (이번 타결이)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쇠고기 값 10%는 싸진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한우고기 도매가격을 10%가량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됐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올초 발표한 '축산물 수급동향과 전망'에 따르면 갈비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될 경우 한우(600㎏) 수소의 산지가격은 지난해 474만원에서 올해 424만원으로 낮아진다.

미국산 쇠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소비자라 하더라도 한우를 보다 싼 값에 살 수 있는 혜택을 보게 되는 셈이다.

쇠고기 가격이 하락하면 쇠고기 소비도 늘어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지난해 7.5㎏에서 올해 9.0㎏으로 19.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쇠고기와 대체관계에 있는 돼지고기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산지가격이 9%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김인식/류시훈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