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1월.서울 서초동 삼성증권 'Fn아너스 삼성타운'지점에선 긴급 회의가 열렸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씨티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뉴욕 월가의 세계적 투자은행(IB)들의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주식을 살 수 없느냐"는 고액자산가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삼성타운 지점 직원들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중동 국부펀드들이 월가 IB들의 지분을 연이어 매수한 것도 이때였다.

강남 거액자산가들은 이런 소식을 접하고 월가 IB 주식이 저점매수 기회라고 판단,삼성타운 지점에 투자방법을 물어왔다.

삼성타운 지점은 즉시 본사 상품개발파트에 이 사실을 알렸고 삼성증권은 며칠 만에 550억원 규모의 '삼성 글로벌 IB 사모주식펀드'를 만들었다.

예민한 투자감각으로 기회를 포착한 고액자산가들과 발빠른 대응으로 투자방법을 만들어낸 삼성증권의 합작품인 셈이다.

펀드투자가 활성화돼 수많은 공모펀드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도 증권업계의 핫이슈로 부상했다.

◆장점 많은 주식형 사모펀드

주식형 사모펀드의 이점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절세효과다.

삼성증권 상품개발파트 안병원 과장은 "세금 문제에 민감한 고액자산가들이 사모펀드 투자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절세효과"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이 직접 해외주식을 거래하려면 주민세를 포함,22%의 양도세를 내야 하는데 사모펀드를 이용하면 오는 2009년 말까지 해외주식투자 매매차익이 비과세된다"고 설명했다.

공모펀드들이 지켜야 하는 동일종목 투자한도(10%) 제한을 받지 않는 것도 사모펀드의 장점이다.

유망한 종목이 있다면 투자한도에 구애받지 않고 집중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속한 투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공모펀드는 약관 제정 등의 절차를 거치는 데 보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신속하게 투자를 개시할 수 있다.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금융당국에 사후보고가 원칙이다.

이와 함께 자신들만의 펀드를 만들고 싶어하는 고액자산가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도 사모펀드의 이점이다.

◆삼성증권,주식형 사모펀드 주도

국내 증권사 가운데 주식형 사모펀드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 글로벌 IB 사모주식펀드'에는 고액자산가들이 대거 몰려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사모펀드의 인기가 너무 좋아서 삼성투신에선 비슷한 공모펀드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 2월 선보인 '삼성 글로벌 파이낸셜펀드'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펀드는 공모펀드인 만큼 안정성을 더 높이기 위해 투자대상에 월가 IB뿐 아니라 중국 등 신흥시장 금융업종도 편입시켰다.

삼성증권은 지난 1월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 주식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인 '오마하의 현인(버핏의 별칭) 주식형 펀드'도 내놨다.

이 펀드는 지난해 10월 출시한 공모펀드인 '삼성 투자대가와의 만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투자대상을 워런 버핏으로 좁히고 공모를 사모로 바꾼 것이다.

지난달엔 사모펀드인 '삼성그룹주 펀드'를 만들었다.

삼성특검이 마무리되는 데 맞춰 미리 삼성그룹 주식 가운데 우량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선보인 것.

◆특별자산 사모펀드도 인기

메리츠증권 SK증권 굿모닝신한증권 등은 '특별자산 사모펀드'(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대상이 아닌 공연 식품 미술품 등 새로운 대상에 투자하는 펀드)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GB가공농산물사모특별1호'라는 40억원짜리 사모펀드도 지난달 만들었다.

고춧가루 가공ㆍ판매업체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사모펀드다.

회사 관계자는 "가공한 고춧가루를 구입할 식품회사와 계약도 체결된 상태인데다 화재보험사에 잔존물회수보험도 들어둔 상태라 투자위험이 매우 낮아 고액자산가들이 선뜻 투자에 나섰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2006년과 2007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아트펀드(가칭)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외 유명 미술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사모펀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선박 공연 식품 등 돈을 불릴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사모펀드의 타깃이 될 수 있다"며 "안정성만 어느 정도 입증된다면 앞으로 사모펀드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