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서 져 강제 퇴거를 당하게 된 아파트 입주민들이 '건물주는 악덕 사채업자'라고 아파트 벽에 글씨를 쓴 것은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1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모욕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씨와 이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서울의 모 아파트에 살던 박씨 등은 원래 주인이 A씨에게 집을 판 것을 알고 전세금을 돌려 달라고 했으나 거부당했다.

새 주인인 A씨는 세입자인 박씨 등이 나가지 않자 명도소송을 냈고 승소하자 박씨 등을 쫓아냈다.

박씨 등은 다른 세입자와 함께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대항했다.

이후 박씨 등은 아파트와 주차장 벽에'이 건물은 사기꾼 A씨와 재판 중이니 사기당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악덕 사채업자야 각성하라'는 등의 낙서를 했다.

박씨 등은 명예훼손과 공동재물손괴,주차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으며,항소심에서는 검사가 죄명 중 명예훼손을 모욕으로 변경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소송절차를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벽에 낙서를 한 것은 긴급성 내지 보충성이 없어서 정당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를 인정해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정당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옳다"며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