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수사로 차명주식 실명 전환 불가피 … 외국인 지분 45.5%

특검 수사가 지난 17일 마무리된 가운데 삼성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적대적 M&A(기업 인수.합병) 방어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건희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했다는 사실이 특검 수사 결과 밝혀짐에 따라 차명 지분을 실명으로 모두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차명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 경영권을 방어해왔던 삼성그룹으로서는 향후 적대적 M&A 시도에 대응할 핵심 카드를 잃어버린 셈이다.

20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번 특검 수사 결과 드러난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은 작년 말 기준으로 4조5373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예금(2930억원),채권(978억원),수표(456억원) 등을 제외한 차명주식은 4조1009억원.12명의 임원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16.2%(장외거래가격 기준 2조3119억원)와 삼성증권 차명계좌를 통해 확보한 주식 1조7890억원어치가 그것이다.

특검팀은 이 가운데 1조7890억원은 대부분 삼성전자 주식이라고 밝혔다.

이 금액이 전부 삼성전자 주식이라고 가정하면 작년 말(12월27일) 삼성전자 주가(55만6000원)를 기준으로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차명주식은 321만7625주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발행주식의 2.21%에 해당한다.

차명계좌를 통해 확보한 이 지분을 실명으로 전환하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1.86%(273만9939주)에서 4.07%로 늘어난다.

이 회장과 삼성생명 등 특수관계인들의 전자 지분율도 현재 15.84%에서 18.05%로 높아진다.

문제는 차명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함에 따라 이 회장 등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높아지지만 적대적 M&A 시도에 대응할 마땅한 방어책이 없다는 점이다.

특검 수사를 계기로 이 회장은 차명계좌를 통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실명으로 전환해야 하고,향후 차명계좌를 통한 우호지분 확보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적대적 M&A를 시도하려는 세력들에게는 숨겨진 우호지분을 따질 필요도 없이 이미 공개된 삼성전자의 우호 지분만을 고려하면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현재 외국인(개인 및 기관)이 확보한 삼성전자 지분은 45.5%다.

삼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M&A의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지만,지분율만 놓고 보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포이즌 필이나 차등의결권,황금주 등 적대적 M&A방어책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이 차명계좌를 통해 삼성전자 우호지분을 확보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차명계좌를 통해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지분을 확보할 경우 적대적 M&A 세력이 삼성의 정확한 우호지분을 파악할 수 없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룹 관계자는 "포이즌 필,차등의결권 등 적대적 M&A 방어책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차명계좌를 통한 지분 확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떤 식으로든 적대적 M&A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