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입시생은 인간이 아닌 고3일 뿐"…채풍묵씨 첫 시집 '멧돼지'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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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시인 채풍묵씨가 첫 시집 '멧돼지'(천년의시작)를 내놨다.
그는 현대 문명의 이면을 예리하게 파헤치면서도 결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잔잔한 어조로 평범한 이미지를 그려나가다가 곳곳에 깊은 통찰의 순간들을 지긋이 새겨 넣는다.
'수렵 채취 이후 생계 방식 중/ 가랑 오래된 미래는 유목이라 한다/(중략)/ 말달려 왔다가 말달려 가는 삶/ 하늘이 준대로 한동안 빌려 쓰다가/ 말하지 않아도 반드시 돌려주는 유목은/ 역사에서조차 자신의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유목' 중)
고교 국어교사로 학생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체득한 자기성찰의 방식도 눈여겨 볼 만하다.
생생한 현장 시어에 사회 비판의 메시지까지 아우르는 화법.등단 이후 9년 동안 쌓은 내공이 듬직하다.
'이 나라 입시생은 인간이 아니다 다만 고3일뿐이다/ 그래도 푸른 나이 문득문득 주체 못할 힘을 뿜는다/(중략)/ 식판에 산처럼 쌓인 밥 무너뜨리는 숟가락질 바라보아라/ 녀석들을 학교 뒷산 아차산 멧돼지라 부르기 넉넉하다.'('아차산 멧돼지 도심에 출몰하다' 중)
신경림 시인은 "이 시의 독특한 문법은 신선한 충격"이라며 "쉬운 언어로 평범함을 말하지만 이 언어의 생략과 탁마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호평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그는 현대 문명의 이면을 예리하게 파헤치면서도 결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잔잔한 어조로 평범한 이미지를 그려나가다가 곳곳에 깊은 통찰의 순간들을 지긋이 새겨 넣는다.
'수렵 채취 이후 생계 방식 중/ 가랑 오래된 미래는 유목이라 한다/(중략)/ 말달려 왔다가 말달려 가는 삶/ 하늘이 준대로 한동안 빌려 쓰다가/ 말하지 않아도 반드시 돌려주는 유목은/ 역사에서조차 자신의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유목' 중)
고교 국어교사로 학생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체득한 자기성찰의 방식도 눈여겨 볼 만하다.
생생한 현장 시어에 사회 비판의 메시지까지 아우르는 화법.등단 이후 9년 동안 쌓은 내공이 듬직하다.
'이 나라 입시생은 인간이 아니다 다만 고3일뿐이다/ 그래도 푸른 나이 문득문득 주체 못할 힘을 뿜는다/(중략)/ 식판에 산처럼 쌓인 밥 무너뜨리는 숟가락질 바라보아라/ 녀석들을 학교 뒷산 아차산 멧돼지라 부르기 넉넉하다.'('아차산 멧돼지 도심에 출몰하다' 중)
신경림 시인은 "이 시의 독특한 문법은 신선한 충격"이라며 "쉬운 언어로 평범함을 말하지만 이 언어의 생략과 탁마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호평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