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신 < 서울대 교수·지구환경 >

오늘은 자연환경 보호의 날인 '지구의 날'이다.

이날은 1969년 미국 샌타바버라 기름유출사고 발생을 계기로 환경오염,지구 온난화 등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1년간 우리 지구를 위협한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지만 한반도의 자연환경에 가장 큰 충격과 아픔을 준 사건은 서해안 기름 유출사고였다.

그러나 우리는 아름다운 서해안 습지와 주민들의 삶을 통째로 앗아간 그 사고 이전부터 스스로 습지를 파괴하고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습지는 갯벌,저수지,호수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

이들은 수많은 생물을 부양함과 동시에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많은 양의 물을 품어 홍수를 조절하는 등 인간에게 유익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습지가 지니는 생태적,환경적 기능 그리고 잠재적인 경제적 가치와는 달리 세계적으로 그 면적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 습지의 상당 부분은 매립 또는 개발로 인해 사라지거나 혹은 형태가 바뀌어 구조적 및 기능적인 면에서 습지로서의 모습을 잃어 가고 있다.

내륙 습지는 매립되거나 논으로 변경됐으며 연안 습지인 갯벌은 그 중요성과는 상관없이 90% 이상이 매립됐거나 매립 중 혹은 매립계획 중에 있다.

자료에 의하면 1987년 대비 1998년까지 25%에 해당하는 810.5㎢ 면적의 갯벌이 사라졌으며 2008년 현재 새만금지구와 장항지구 등 전례 없는 대규모 간척이 진행되고 있다.

서해안 갯벌의 경우 도요ㆍ물떼새류의 주요 이동경로 중 하나인 동아시아~호주 이동경로 상에 위치하고 있는데,이 경로는 번식지로 남하 시에는 100만 개체,번식지로 북상 시에는 200만 이상의 개체가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요ㆍ물떼새류가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국내의 주요 갯벌로는 강화도,영종도,아산만,남양만,금강 하구,동진강 하구,만경강하구,낙동강하구 등이 있다.

전 세계 생존개체 수의 1% 이상을 수용하는 갯벌로는 여기에 더해 천수만,순천만,함평만,압해도 인근 갯벌 등이 있다.

특히 동진강과 만경강 하구의 경우 전 세계 생존개체 수의 1% 넘게 도래하는 종이 각각 14종과 13종에 달하며 아산만과 남양만의 경우 10종에 이르고 그 외 주요 갯벌의 경우도 7~8종에 달한다.

국제적으로 1% 이상의 개체 수를 수용하는 습지의 경우 람사르협약의 국제적 습지 등록 기준에 해당되며 이동경로 네크워크 상의 관리 서식지로 지정하거나 지정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서해안의 여러 강 하구 중에는 람사르협약의 주요 습지 지정의 또 다른 기준인 '2만 개체 이상의 오리류를 규칙적으로 부양하는 습지'에 해당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국내의 주요 갯벌 서식지들 대부분은 매립이나 개발로 인해 이미 그 모습이나 기능을 상실했으며 동진강,만경강 하구도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어 동아시아~호주 이동경로상의 도요ㆍ물떼새의 생존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오는 10월 경남에서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가 개최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람사르총회 개최를 통해 그동안 평가절하됐던 습지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이곳에 서식하는 종 및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이 국민들 의식 속에 자리매김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람사르총회는 경남도민의 행사가 아니라 전 국민의 축제로 거행돼야 할 것이며 이에 대한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환경 및 생태분야 학회와 단체,연구자들은 습지에 대한 지식과 연구 결과,정보들을 국민들 가슴에 직접 각인시킬 수 있는 창구와 통로를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